북한 신의주 경제특구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뒤 한달도 안된 지난해 10월 중국 당국에 전격 구속된 양빈(楊斌·40) 어우야(歐亞)그룹 전 회장이 11일 중국 선양시 중급인민법원 법정에 섰다. 13일까지 속개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재판에서 양 전 회장은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뒤 복역 도중 네덜란드로 추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홍콩 언론들은 이날 토지 불법전용 뇌물공여 집단사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양 전 회장은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으나 징역 7년형 또는 10년형의 유죄판결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양 전 회장 측근들은 "중국 당국은 9일 모의재판을 실시하는 등 사전 각본대로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며 "양 전 회장은 복역 도중 국적이 있는 네덜란드로 추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홍콩 원후이바오(文匯報)는 선양 주재 북한 총영사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북한은 양빈이 신의주특구 전직 장관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판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어우야 본부가 있는 허란춘(荷蘭村·네덜란드 마을) 현장르포를 통해 양 전 회장이 이루려 했던 '네덜란드의 꿈'이 먼지로 변해 버렸다고 보도했다. 고아 출신인 그가 네덜란드로 이민을 가 부(富)를 쥔 뒤 70억위안(1조85억원)을 들여 선양시 북쪽에 세운 허란춘은 이제 텅 비어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수천명의 직원들은 이미 떠났으며,1백명의 경비만이 굳게 닫힌 네덜란드 왕궁 모습의 빌라 등을 지키고 있다. 문이 잠긴 온실에 온수를 공급하는 파이프는 녹이 슬어있고 유리창이 깨진 매장에는 쓰레기만이 널려 있다. 허란춘에 입주했던 사람들도 난방이 되지 않아 지난 겨울 떠났으며,'1위안을 투자하면 10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간판만이 양 전 회장의 잃어버린 꿈을 보여주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재판이 끝나면 허란춘은 채권단에 의해 경매처분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