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유럽연합(EU) 가입안이 7-8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다. 동유럽 공산권 붕괴 이후 14년만에 실시된 EU 가입안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투표율은 57.34%를 기록했으며 50%의 개표가 진행된 결과 찬성 75%, 반대 25%로 가입안이 통과됐다고 폴란드 선거관리위원회가 9일 발표했다. 알렉산더 크바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우리는 오랫 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폴란드가 이제 유럽에 다시 복귀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EU에도 희소식"이라며 환영했다.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은 크바니에프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폴란드의 EU 가입안 통과는 유럽 역사의 전환점"이라며 환영의 뜻을 전달했다. 프로디 위원장은 "위대하고 자부심이 충만한 나라가 이제 비극적인 세기의 역사를 벗어나 유럽 통합 과정의 시작부터 차지했어야 할 그 자리에 앉게 됐다"고 말했다. 귄터 페어호이겐 EU확대 담당 집행위원은 "폴란드의 EU 가입안 통과는 EU의 폴란드에 대한 확고한 약속을 반영하는 것이며 이는 또한 EU 확대 작업을 완성하는 데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정부는 EU 가입이 공산통치 40년 만인 지난 89년부터 진행되어온 서유럽과의 단절 극복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특히 경제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며 가입안 지지를 호소해왔다. 또 폴란드 출신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폴란드 가톨릭 교회도 가입을 지지했으며, 프로디 위원장,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등 외국 주요 인사들이 투표에 앞서 폴란드를 방문해 가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가톨릭 내부의 초보수파들은 서구적 가치관이 전통적 윤리의식을 파괴할 것을, 200만 농민은 경쟁력을 잃고 서유럽 농산물이 몰려들 것을 각각 우려해 가입에 반대해왔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가입 지지율이 75% 안팎으로 조사됐으나 이틀 간의 국민투표 첫날인 지난 7일 투표율이 17.6%에 그쳐 투표율 미달(50% 미만)로 부결될 것이 우려됐다. 이에 따라 정부와 가입 지지단체, 가톨릭 교회 등이 투표 당일에도 투표를 독려해 가입안이 통과되기는 했으나 투표율이 60%를 밑돌아 EU 가입에 대한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음을 보여줬다. 한편 총인구 3천800만 명인 폴란드는 내년 5월1일 EU에 신규 가입할 10개국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다. 이에 따라 폴란드의 EU내 투표권 수도 기존 회원국 가운데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만 뒤지며 스페인과 같다. 유럽의 한복판에 자리잡아 독일과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침략을 수없이 받아온 폴란드가 앞으로,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표현처럼, `젊은 유럽'의 기수가 되어 프랑스와 독일 등 `늙은 유럽'과 대립할 것인 지 아니면 이들과 화해.협력해 나갈 것인 지 주목된다. 앞서 EU 신규 가입 예정 국가 가운데 이미 몰타, 슬로베니아, 헝가리,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는 국민투표를 실시, 가입안을 통과시켰다. 또 오는 13-14일 체코에 이어 에스토니아(9월14일), 라트비아(9월20일) 등도 EU가입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