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등 3자 정상회담에서 중동평화 로드맵(roadmap.단계적 이행안) 추진에 합의한 가운데 팔레스타인 과격단체가 폭력종식 대화를 거부하면서 대규모 반대시위를 촉구하고 나서 로드맵 이행이 초반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는 6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와 대화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 백악관은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대 이스라엘 폭력 종식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온건개혁파인 압바스 총리는 내전의 위험을 감수하고 하마스를 강경단속하든지, 아니면 로드맵 추진 자체를 무산시킬 수도 있는 이 단체의 테러공격을묵인하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하마스 간부인 압둘 아지즈 알-란티시는 "압바스는 우리를 대표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와 만나는 것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란티시는 압바스 총리가 이스라엘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주장한 뒤 압바스 총리,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요르단 아카바에서 열린 3자 정상회담의 "위험한 결과"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대규모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가자 시티 전역에서 6천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하마스가 조직한아카바 3자 정상회담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 이 가운데 5천여명은 금요기도회를 마친 후 팔레스타인 깃발과 하마스의 녹색기를 든 채 가자 시티 중심부의 누세이라트난민촌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 간부인 이스마일 아부 사나는 하마스 지도자들이 7일 다른과격무장단체인 이슬람 지하드 간부들을 만나 휴전회담 중단을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모하메드 힌디 지하드 대변인은 휴전회담을 중단 여부에 대해 아직 어떠한 입장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야세르 아베드 라보 팔레스타인 공보장관은 이날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회의를 마친 후 이스라엘의 최근 군사행동은 이스라엘이 중동평화 로드맵 이행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압바스 총리는 이번 주말 하마스와 지하드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지도자들을 만나 대(對)이스라엘 무장공격 중단을 설득할 예정이었다. 이런 가운데 미 백악관은 하마스의 대화거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중동내 폭력종식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클 앤턴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대변인은 이날 하마스의 발표후 AFP 통신에 "중동내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당사자들과의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당사자들이 테러제지에 동의하고 있어 이제 평화를 위한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며 "모든 당사자들은 테러와 맞서 싸워야하며 테러의 기반을 해체하고테러을 위한 자금지원을 봉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앤턴 대변인은 "테러를 추구하는 자들은 평화의 적임이 틀림없는 만큼 하마스도그렇다"고 말했으나 하마스의 발표에 대해 직접적인 논평은 하지 않았다. 첫 인티파다(반이스라엘무장봉기)가 시작됐던 1987년12월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이 창설된 하마스는 지금까지 이스라엘과의 평화유지에 가장 강력히 반대해온 단체이다. 야신은 인티파다 초기부터 과격행동을 해온 그의 젊은 추종자들의 압력으로 이 단체를 결성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하마스는 지난 90년대 중반 중동 평화과정이 시작된 후 줄곧 이스라엘에서 자살폭탄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가자시티 AFP.AP=연합뉴스) bo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