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북핵 폐기를 바라지만 이것이 한반도 통일로까지 연결되는 것을 원치 않을지 모른다고 존 볼튼 미국 국무부 군축담당차관이 4일말했다. 볼트 차관은 이날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증언에서 "중국이 북핵 폐기를 성공적으로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북한체제의 유지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한 뒤 "중국이 이런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미 고위 관리가 공개석상, 그것도 의회에서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을지 모른다"고 시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볼튼 차관은 "중국은 당장 북핵개발이 자신들에 대한 `직접 위협'이 아니라고생각할 수도 있으나 북핵 개발이 종국적으로 일본 핵무장으로 이어질 경우 이는 근본적으로 동북아의 세력균형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한반도 통일 불원' 주장은 그동안 로버트 스칼라피노(미 버클리대 명예교수)나 에즈라 보겔(미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 등 동아시아 전문가들로부터 심심찮게 제기돼왔으나 미 정부의 최고위급 관리가 이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스칼라피노 교수는 "북한이라는 완충장치가 제거돼 통일한국이라는 또 다른 강대국과 국경을 맞대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 겔 교수도 "완충지대로서의 북한의 존재를 중시하는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달가워하지 않으며 대미 관계에서 신뢰를 확신할 때에야 한반도 통일을 수용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주일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의 라이이중(賴怡忠) 주임도 중국은 한반도 통일시 ▲문턱에 민주적인 통일정부 수립 ▲한반도내 미군 주둔 ▲일본 재무장 등 동시에 3가지 도전에 직면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남한의 흡수 통일로 한반도의현상 유지(Status Quo) 상황이 뒤바뀔 가능성을 크게 걱정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국제관계 전문가는 '내 침대 옆에 어찌 다른 사람이 코를 골며 자도록 내버려둘까(臥榻之側 豈容他人睡)'라는 중국 속담을 인용, "동북 3성과 마주보는통일한국내의 미군 주둔을 원치 않으며 완충국 역할을 하는 북한의 존재가 사라지는것을 우려, 한국의 통일을 원치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츠 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지난 3월 미 상원 외교위에서 증언을 통해 "중국은 두 개의 한국정책을 성공리에 수행해왔다"고 전제, 한반도내 영향력 복원이라는 장기 목표에 따라 지금까지 대단히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두 개의 한국정책을 훼손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거나 꺼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데이비드 M. 램프턴 존스 홉킨스대 교수(중국학)는 지난 4일자 워싱턴 포스트 기명 칼럼에서 북한의 핵 야심에 대한 미국의 '수용불가' 입장과 달리 그동안느긋한 모습을 견지해 온 중국이 전통적 우방인 북한 김정일 정권에 대해 극도로 불신하는 등 대북인식이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램프턴 교수는 중국에서 현재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한 격렬한 토론이진행중이며 중국의 대북 인식변화는 지난 해 11월 북한이 핵무기 보유 시인과 미국과의 대북정책 조율과정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