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이후 미국 및 조지 W.부시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가 과거에 비해 크게 악화된 것으로 3일 공개됐다. 특히 이라크 전으로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심화되고, 전세계 이슬람 교도의 반미감정도 고조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미 여론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지난달 20개국 국민약 1만6천명을 대상으로 이라크전이 미국과 부시 대통령에게 미친 영향 등을 조사,이날 발표한 '2003 글로벌 애티튜즈 서베이'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전의 신속한 종결과 전후 이라크 주민의 생활 개선에 대한 믿음으로 미국의 이미지가 일부 개선됐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미국에 대한 우호적인 인상은 과거 1년 전보다 현저히 저하됐다. 보고서는 또 "전쟁이 미국과 서유럽 사이의 균열을 심화시켰고, 전세계 이슬람교도의 분노를 촉발했으며, 미국 주도의 대테러전과 유엔 및 북대서양 동맹 등에 대한 국제적 지지도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 국민의 76%는 안보 및 외교 분야에 대한 기존의 대미 의존도를 낮추기를 희망했고, 83%가 전쟁에 반대한 프랑스 정부의 결정을 지지했다. 또 프랑스 국민 85%는 미국의 외교 정책이 프랑스 등 외국의 입장을 고려하지않은 채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는 응답자의 80%가 이라크전에 반대한 독일 정부의 입장을 지지했으며76%의 응답자가 후세인 축출로 이라크 주민들의 생활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 이라크전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 독일은 미국에 대해 보다 독립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응답이 57%로 과반수를 넘었다. 미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과거에 중동 국가의 이슬람권에 한정됐으나 이라크전을 계기로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 등의 중동 이외의 지역으로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미국과 함께 이라크전을 주도한 영국에서는 미국에 우호적인 감정을나타낸 응답자가 약 70%에 달해 전쟁전(48%)보다 두터워진 신뢰도를 기록했다. 이밖에 세계 지도자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는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코피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부시 대통령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레어 총리는 이례적으로 미국에서도 부시 대통령보다 더 높은 신뢰를 받는 지도자로 조사돼 관심을 끌었다.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도 팔레스타인과 요르단, 인도네시아 등의 이슬람계 주민 대부분으로부터 "국제 정세와 관련, 올바른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어 여전히 이슬람권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이 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미국은 제국(imperial power)이 아니고 제국이 돼서도 안된다"며 "개인적으로 미국은 자신을 제국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해야할 일이 많다"며 부시대통령이 이번 G8회담에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화해를 시도한 것은 주목할만하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AP.AFP=연합뉴스) hadi@yna.co.kr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