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 참석차 프랑스 휴양도시 에비앙에 도착한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을 미소와 악수로 환대했다. 이라크전을 계기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두 정상이 얼굴을 맞댄 것은 지난해11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양국관계가 악화된 이후 두 정상은 통화만 두 차례 했을 뿐이다. G8 정상회담을 취재하러온 전세계 보도진의 눈은 온통 두 지도자의 움직임에 쏠렸다. 시라크 대통령은 전후 처음으로 부시 대통령을 면전에서 맞이하자 곧바로 악수를 하고 몇 마디 농담을 건네 어색할 것 같았던 분위기를 넘겼다. 이윽고 두 정상은 카메라를 향해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아메리카 인디언의 문명과 역사, 예술을 다룬 가죽 끈으로 묶인 3권의 책을 시라크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시라크 대통령의 보좌진은 "시라크 대통령이 우정의 표시로 준 선물에 깊은 감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전후 첫 대면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화는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단독회담도 전혀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어 부시 대통령에게 잇따라 `러브콜'을 보냈다. 먼저 미국이 지난 주 지구촌의 에이즈 퇴치 노력을 위해 향후 5년 간 150억달러를 내놓기로 한 결정을 치켜세웠다. 시라크 대통령은 "미국은 `역사적'이라고 부르기에 주저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미국의 공헌을 지지하도록 요청한 것은 전적으로 옳다"고 말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도 에이즈 퇴치기금을 현재의 5천만유로에서 1억5천만유로(1억7천700만달러)로 3배 증액하겠다고 밝혀 부시 대통령의 결정에 화답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중동 방문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3일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리는 부시 대통령과 아랍 지도자들의 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4일 요르단 아카바항에서 열리는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 3자 회담과 함께 이번 회담이 평화의 길을 재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과 시라크 대통령은 2일 오전 11시30분(한국시간 오후 6시30분) 단독 정상회담을 갖는다. 카트린느 콜로나 프랑스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번 회담이 미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 "두 정상이 이라크 문제를 논의할 경우 별 소용도 없는 과거를 되새기기보다는 미래를 지향하고 이라크 제재 해제 결의안(1483호)의 이행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콜로나 대변인은 그러나 양국이 과거에 관해서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면서 "우리도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원칙의 문제다"고 말했다. (에비앙 AFP.dpa=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