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조직 알 카에다 고위 지도자가 서방 목표물에 대한 9.11식 자살공격을 촉구한 가운데 미국은 21일 워싱턴과 뉴욕 등 주요도시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미국 코네티컷주 뉴 헤이븐의 예일대학 법과대학원 건물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미 전역이 테러 초비상 상태에 빠져들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도 항공기 납치 폭파를 시도한 알 카에다 요원들이 체포되는 등 다른 서방국가들에서의 테러위협도 고조돼 미국이 일부 해외공관을 폐쇄했다. ▲미 주요 도시 테러 경계 강화 = 미국이 테러 경보를 `코드 오렌지'(code orange)로 격상한 가운데 국방부는 수도 워싱턴 일대에 대공 미사일을 배치하고 초계비행을 늘리는 등 대대적인 경계 강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워싱턴 일대에는 지상 레이더의 관제를 받는 험비 탑재 열추적 미사일이 배치됐으며 F-16전투기 등의 초계비행도 강화됐다. 국방부 청사 근무 헌병들도 방탄조끼와 헬멧을 쓰는 등 비상 근무복장으로 경계에 나섰다. 국방부측은 워싱턴에 대한 구체적인 위협은 없지만 전세계 어느 곳엔가 테러위협이 임박했다는 경고에 따라 경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뉴욕시도 테러 위협에 대비, 시내 곳곳에 군사 및 첩보요원을 배치했다. 뉴욕시의 지하 및 지상 교통 요지, 교량, 터널 입구 등에는 군병력이 배치됐으며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과 조지 파카키 뉴욕주 지사는 시민들에게 긴밀한 협력과 위험스런 행동의 즉각 신고를 당부했다. 로버트 뮬러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이날 사우디와 모로코에서 발생한 테러공격이 미 본토에 대한 테러공격의 전조일 수 있다며 미 국민에게 테러공격에 대비,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촉구했다. 뮬러 국장은 이날 ABC 방송에 출연, "미국민은 이번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시기동안 경계를 늦추지 말고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맡은 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정보국도 테러위협 경계 수준을 최고단계인 `하이(high)'로 격상했다. ▲미 예일대서 폭발사고 = 예일대 법과대학원의 한 강의실에서 21일 "장치"(device)가 터져 학생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으나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은 이날 폭발이 오후 5시께 법대 건물 내에서 일어났으며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잔해들이 치솟아올랐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는 수십대의 응급요원들이 출동해 구호작업을 펼쳤으며 FBI 요원들도 현장에 급파됐다. 카렌 퍼트 예일대 대변인은 폭발이 모종의 장치에 의해 일어났으나 피해 정도는 그리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들은 이번 사건이 국제테러 조직에 의한 것이란 단서는 일단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우디, 항공기 납치 시도 알-카에다 조직원 체포 = 사우디 아라비아 보안당국은 민간 여객기를 납치, 자살 폭파를 계획한 모로코 출신 알-카에다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우디 보안관리들은 이들 3명의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수단행 민간 여객기를 납치해 공중 폭파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19일 밤 제다 공항에서 수단 수도 카르툼으로 향하던 사우디 민간 여객기에 탑승 직전 체포됐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체포된 3명중 최소 1명은 사우디 보안당국의 수배자 명단에 올라 있는 알-카에다 조직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알-카에다 조직원들의 체포는 지난주 최소 34명이 숨진 리야드 연쇄 폭탄테러 사건이후 추가 테러 가능성과 서방국가들이 잇따라 사우디 주재 공관들을 폐쇄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사우디 국영 TV는 그러나 내무장관을 맡고있는 나예프 왕자가 이들의 비행기 납치계획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빈 라덴 측근, 9.11식 자살공격 촉구 = 오사마 빈 라덴의 최고위 측근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21일 카타르의 위성방송 알 자지라를 통해 9.11 테러를 본받아 서방의 목표물에 대해 자살 공격에 나설 것을 이슬람교도들에게 촉구했다.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이날 알 자지라가 공개한 육성 녹음 테이프 발췌본에서 "모슬렘(이슬람 신자)들이여, 결의를 모아 미국과 영국, 호주, 노르웨이 대사관과 이들 나라의 이익과 회사, 그리고 그 직원들을 공격하라. 그들의 발밑을 불길로 뒤덮고 이들 범죄자를 조국에서 쫓아내라"고 역설했다. 알-자와히리는 이어 "워싱턴과 뉴욕에서 비행기로 공격을 가해 미국에 전례없는 타격을 가한 19명의 형제들로부터 교훈을 얻으라"면서 9.11식 테러공격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과거 알 자지라를 통해 방송된 알-자와히리의 녹음 테이프와 비디오 테이프와 비교해 볼때 이번 녹음 테이프에 담겨진 육성은 알-자와히리의 목소리와 비슷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미국 관리는 과거에도 비슷한 녹음이 방송된 뒤 테러공격이 이뤄졌음에 비추어 테러공격 임박 우려가 더욱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알 자와히리는 20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테러 수 일 전에도 녹음을 통해 테러공격을 촉구한 바있다. 미 국무부는 알 자지라방송이 테러를 부추기는 이 테이프를 방송한데 대해 항의를 표시하고 다른 방송들은 이를 내보내는 문제를 재고해줄 것을 촉구했다. 미 국무부는 미 대사관에 대한 테러위협에 대비, 노르웨이 주재 미 대사관을 22일 보안상의 이유로 폐쇄한다고 밝혔다. (워싱턴.뉴욕.리야드 AP.AFP.dpa=연합뉴스)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