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신규 감염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 일일 기준 중국 본토의 감염자 수를 훨씬 추월하는 등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일(현지시간) 대만에서 사스로 5명이 또 사망하고 70명이 추가로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본토의 추가 감염자 수로 발표된 12명의무려 6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신규 감염자 수는 17일 34명, 18일 36명, 19일 70명으로 사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중이다. WHO는 "대만에서 현재 사스 발병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까지대만에서는 모두 40명이 숨지고 344명이 감염됐다. 아직까지 전체 수치는 중국 본토(사망자 289명, 감염자 5천236명)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지난 주말만 따지면 대만의추가 감염자 수는 기록적이다. WHO 관리들은 최근 대만의 사스 감염 급증세는 전염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다 응급실 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더욱이 감염 사례가 곧바로 보고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 상황이 얼마나 나쁜 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고 우려했다. 매일 집계되는 추가 감염자 수는 그날 사스로 인지된 경우를 의미할 뿐 실제 발병 추이를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WHO는 이에 따라 대만에 전문가들을 추가로 파견, 보건당국이 고열환자 진단과의심환자 격리, 학교내 전염예방 등을 위한 지침을 이행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대만 보건당국의 사스 대처 노력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의료 종사자들의대량사직 사태로 좌초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시스템이 사실상 붕괴 위기에 놓였다. 남부 가오슝(高雄)의 창겅(長庚)의원 관계자는 지난 주 병원 직원 124명이 사직했다고 밝혔다. 타이베이 호핑병원도 20여명이 사스와의 전선에서 이탈했다. 의료종사자 사직 사태가 빈발하자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직접 마스크를쓰고 사스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국군 쏭산(松山)병원에 나와 의료진을 독려했다. 천 총통은 "일선에서 의료 종사자들이 방어전선을 형성하지 못하면 사스가 대만전체를 삼켜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과 첫 직항로를 개설해 오는 25일부터 운항할 예정이던 러시아 민영 트란스아에로항공은 사태가 악화되자 모스크바-타이베이(臺北) 노선 운항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이날 밝혔다. 한편 중국의 일일 감염자 수가 열흘 전 100건 수준에서 이날 12건까지 내려가자일부 WHO 관계자들은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베이징 주재 WHO 대변인 봅 디에츠는 "중국 당국의 숫자 집계에 신중하지 않을수 없다"면서 "어떻게 그런 수치가 나왔는지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중국의 발병률이 하향 기조로 들어섰다고 선언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제네바 UPI.교도=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