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스 지방 뉴포트의 LG전자 생산단지. 총 8만여평의 LG 전용 공단에는 LG전자 웨일스 생산법인(LGEWA)과 LG필립스 디스플레이 생산법인(LPD Wales), 모니터 사출물 업체 유성과 프레스물 업체 성남 등 총 4개 한국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곳은 탄력성있는 페이백(Pay back) 근로제를 도입, 신규 근로자 증원없이 시장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 페이백 근로제는 물품 주문량이 적을 때 일을 적게 하고 대신 성수기에 초과 근무 수당없이 일을 더 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해 5월 회사는 노조측에 황금 연휴에 이어 1주일간의 휴무를 제의했다. 3주째 계속되는 황금 연휴에다 물품 주문량도 떨어져 공장 가동이 비효율적인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노조는 성수기에 주당 39시간 법정근로시간 외에 초과근무 수당없이 일을 더하기로 하고 회사측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12월에는 노조측에서 페이백 근로를 제의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이어 신년에 1주일간 휴무를 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회사측에서 볼 때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신년 초에는 주문 물량이 낮으니 차라리 그 인력을 성수기에 투입하는게 훨씬 효과적이다. 현재 영국 법인 근무 18개월째를 맞고 있는 정병천 법인장은 "아무래도 선진국이어서 노조의 요구사항이 까다롭고 복잡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선입관이 완전히 빗나갔다"고 말했다. 페이백 시스템을 노사 모두에 편리한 윈-윈 근로제라고 평가하는 정 법인장은 "반대를 위한 투쟁이나 억지가 없는 영국 근로자들의 이성적 대화방식에 반했다"고 털어 놓는다. 지난 97년 11월 공장 가동을 시작한 이래 이곳에서는 단 한 건의 노사분규도 발생하지 않았다. 총 2백78명의 직원중 노조 가입 근로자 수는 45명. 그러나 노조의 집단행동이 없다보니 노조 대표를 제외하곤 누가 노조원인지 잘 구별도 안된다. 매달 한번씩 갖는 노사 간담회에는 노조 대표 2명과 비노조 직원대표 2명, 회사 인사관리 책임자 2명 등 총 6명이 참석한다. 간담회 성격은 실제 노사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회사 운영과 시장 수요 정보를 교환하는 장이다. 노조가 시장 예측 정보를 알아야 사전에 탄력성 있는 근무제 준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원만한 노사관계의 비결은 회사의 투명경영과 상호신뢰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매주 열리는 간부 경영회의 내용은 생산부서까지 전달된다. 따라서 성수기에 갑자기 회사가 비정규직을 늘리거나 페이백 근로제를 요청해도 회사의 결정에 반대하거나 의도를 의심하지 않는다. 뉴포트(웨일스)=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