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아직 사스환자가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들은 연일 많은 양을 할애해 사스관련 보도를 하고 있다. 관련 국가의 피해 상황과 미국기업의 타격 등이 주요 내용이다. 최근 들어 눈길을 끄는 기사는 이들의 한방의술에 대한 보도.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신문들이 '사스 이후 미국인들의 한방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심도 있게 전하고 있다. 언론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한방치료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없애주는 등 면역시스템강화에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다'며 '사스 치료약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점점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2차대전 이후 일반병원에서 한방처방을 금지했던 홍콩이 이제 다시 한방치료를 허용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로 등장한다. 미국인들이 감염예방을 위한 한방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9·11 이후 높아진 테러에 대한 공포다. 특히 생화학테러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감염'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국립의료원(NIH)은 전국대체의학센터,알레르기연구소 및 육군의무부대와 공동으로 한방에 대한 공식 연구를 진행중이다. 연구책임자인 라차드 나힌 박사는 "각종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그동안 건강식품으로만 허용된 한방 약재들이 조만간 의약품으로 승인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떠오르는 한방시장을 월가에서 그냥 둘리 만무하다. 증권회사들은 전세계 수요 증대로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의 한방제조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 'A주'에 상장되어 있는 산지우의약,홍콩에서 거래되는 통렌탕,싱가포르의 에우얀상인터내셔널,일본 최대 한방메이커 추무라(Tsumura) 등의 주가가 최근 들어 급등세를 보이는 이유다. 추무라의 경우 일본증시의 부진 속에서도 최근 연중 최고치 행진을 이어갈 정도. 아시아투자전문인 드라이하우스캐피탈의 에익 리터 애널리스트는 "사스와 한방에 대한 관심 증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장의 확대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위기 속에서 늘 기회를 찾아내는 게 월가가 강한 비결 중 하나인 것 같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