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멕시코와의이민협정 체결 조건으로 국영석유사에 대한 투자개방을 요구한 미하원 국제관계위원회의 제의를 공식 거부했다고 현지언론이 12일 일제히 보도했다. 언론에 따르면 대통령궁은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이민협정 체결은 2000년 12월취임 이래 폭스 대통령 정부의 최우선 외교현안이었지만 멕시코 국영석유업체 페멕스를 투자개방 대상으로 내건 이민협정 협상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폭스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기업의 하나로 평가되는 페멕스의운영과 관련, "페멕스의 인프라를 현대화하고 경영의 투명성도 높일 것"이라면서,그러나 "현 정부에서 페멕스에 대한 민영화나 매각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스 대통령의 이번 성명은 미 하원 국제관계위의 결정 사항이 전해지면서 지난이틀간 각계 각층에서 단호한 거부 움직임과 함께 미국의 `오만한 태도'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8일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는 미 하원 국제관계위에서 간신히 통과된 법안에는 미 국무부의 예산 집행과 관련해 멕시코와 이민협정을 체결하되 멕시코 연방정부 재정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기업 페멕스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가 가능하도록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조치는 국무부의 예산 집행과 관련한 구속력 없는 "의회의 건의사항"일 뿐이며, 시행되려면 미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미국에서는 거의 무시된 채 넘어갔는 데 반해, 멕시코에서는 언론및 정계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제2야당 민주혁명당(PRD) 소속 데메트리오 소디 상원의원은 현지언론 회견에서 이번 미국 의회의 표결은 미국 의원들의 `무식의 표본'이자 오만함과 제국주의적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멕시코는 1938년 국가독립의 상징으로 페멕스를 국영화했으며, 이를 헌법 규정으로 명문화했다. 미국과 멕시코간 이민협상은 미국으로 불법적으로 건너왔으나 노동력 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멕시코 노동자들의 해결 문제가 최대 현안인 것으로 지적된다. 미국의일부 대기업들은 이런 불법체류 멕시코 노동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또한 멕시코로서는 이들 미국 체류 멕시코인들의 본국 송금이 멕시코 경제에 상당히 중요하게작용한다는 측면이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