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미국이 한국을 못따라오는 분야가 몇가지 있다. 초고속인터넷 가입 비율,대중교통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미국의 정보통신망은 한국에 비하면 열악하다. 수도 워싱턴DC에서 멀지않은 곳인데도 케이블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전화선을 활용해 정보를 더디게 받는다. 케이블 인터넷을 신청해도 1주일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동네 구석구석까지 파고든 초고속망 혜택을 누리다 온 한국 사람들에겐 참으로 고통스럽다. 뉴욕타임스가 얼마 전 한국의 정보통신망을 극찬한 것은 미국 기자의 눈으로 보면 당연하다. 그런 칭찬에 내심 자부심을 가졌던 기자는 잘 알고 지내는 미국 관리로부터 이상한 얘기를 듣고 기분이 찜찜해졌다. "혹시 들으셨습니까. 이스라엘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의 귀중한 정보를 훔쳐가려고 한다는 것 말이에요. 이스라엘 기업들이 컴퓨터 해킹에 뛰어나다는 얘기 있잖아요. 컴퓨터 보안이 허술한 한국기업들이 그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해요. 보안 강화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군요." 증거는 없지만 허투루 말하는 법이 없는 그의 성격을 감안할 때 걱정되는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만에 하나 반도체 설계도면이나 소중한 연구개발 정보라도 새나가면 그 손실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비단 이스라엘 기업이 아니라도 기업간의 정보전쟁이 치열한 세상이어서 그의 얘기를 흘려 버릴 수가 없었다. 지난 1월말의 인터넷 대란이 생각났다. 시속 1백km로 달려야 할 고속도로가 웜바이러스의 침입으로 명절 귀성길처럼 꽉 막혀 버렸다. 통신망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깔아놨지만,보안체계가 따라가지 못해서 생긴 사고였다. 웃자란 통신대국의 허상이 드러난 셈이었다. 이스라엘 기업이 한국 기업들의 정보를 컴퓨터 해킹으로 빼내가려 한다는 얘기가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더 중요한 것은 한국정부와 기업들의 보안 능력이다. 정보 도둑이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보안체계를 강화하는게 시급하다. 통신강국을 극찬한 뉴욕타임스의 기사에 우쭐 댈 일만은 아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