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에 관한 한 일본은 명실공히 '대국'이다. 흡연자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관대하고,담배를 피울 공간이 사방 천지에 널려 있다. 찻집 주점 등의 대중업소는 물론 예술공연장과 첨단 인텔리전트빌딩에서도 흡연자는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누린다. '골초왕국'의 타이틀은 일찌감치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도 인정받았다. 2002년 10월 WHO가 발표한 세계담배지도는 일본의 담배수입량이 연간 8백35억개비에 달하고 있으며,남성 흡연율은 52.8%로 선진7개국(G7)중 1위라고 알리고 있다. 하지만 '담배 낙원' 일본에서도 5월부터 사정은 달라졌다. 대중이 이용하는 장소의 간접흡연 차단을 의무화한 건강증진법이 이달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건강증진법은 병원 극장을 비롯 택시 버스와 역,옥외 경기장에서도 시설을 관리하는 자는 간접흡연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기청정기 같은 장치에만 의존하지 말고 담배연기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흡연 공간을 아예 따로 만들라는 내용까지 있다. 애연가들에게는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흡연자들의 권리를 위협하는 장애물은 이 법만이 아니다. 철도를 운영하는 10개 민간회사는 한술 더 떠 역 구내 흡연을 완전히 금지시켜 버렸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운영하는 도로공단도 휴게소 내부 시설을 클린 룸으로 만들겠다며 금연을 선언했다. 일본이 담배연기 추방작전에 돌입한 것은 국제적 잣대로 따질 때 신선한 뉴스가 못된다. 마약으로까지 규정하며 흡연자를 약물중독자 보듯 하는 구미 사회에 비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골초왕국의 불명예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온 일본정부의 시각 전환을 알리는 신호라는 점에서 이달부터 시작된 흡연규제는 앞으로의 후속조치도 주목되고 있다. "흡연자들의 양식과 매너에만 의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보행 중 흡연에 벌금을 물리는 벌칙을 지난해 가을부터 실시 중인 도쿄 치요다 구청장의 발언은 일본의 흡연 규제도 뒤늦게나마 글로벌 스탠더드에 합류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