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3일 시리아와 레바논을 잇따라 방문, 양국에 대해 시아파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인 헤즈볼라와 관계를 청산하도록 압박했다. 파월 장관은 이날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 후 순방 마지막 목적지인 레바논에 도착, 라피크 하리리 총리 및 에밀 라후드 대통령과 연쇄 회담을 가졌다. 파월 장관은 베이루트의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리아측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테러단체들에 대해 다마스쿠스 지부 사무실을 폐쇄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또 자신과 아사드 대통령은 양국간 "모든 현안들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시리아의 대량살상무기 의혹과 시리아에 은신중인 이라크 인사들의 인도, 이슬람 과격단체 지원과 대이라크 국경 폐쇄 문제 등이 두루 거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시리아가 헤즈볼라 등 이슬람 과격단체 사무소 폐쇄 요구를 수용했냐는 질문에 "폐쇄조치를 시작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는 시리아측의 추가 조치를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파월 장관은 아사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동 역내와 전세계에서 계속되는 헤즈볼라의 활동과 관련해 우리가 갖고있는 우려를 강력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회견에서 또 이스라엘을 상대로 무장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시아파이슬람 근본주의 단체 헤즈볼라를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레바논군이 헤즈볼라의 게릴라 활동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월 장관은 "레바논 남부 국경에 평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이제는 레바논군이 국경에 배치돼 헤즈볼라 무장 민병대의 주둔을 종식시킬 시기가됐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가장 민감한 사안인 시리아군의 레바논 주둔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레바논이 독립적이고 변영을 구가하며 모든 외국 군대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레바논은 역내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무역의 모델이 될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파월 장관의 발언은 레바논에 배치된 2만여 시리아군 병력의 철수를 지지하는부시 행정부의 입장을 재확인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장관은 베이루트 방문에 앞서 이날 오전 아사드 대통령과 2시간 가량 만나시리아가 이라크 전쟁 이후 전개되는 "새로운 전략적 상황"에 순응하고 테러 단체지원 등 기존 정책들을 전면 수정하도록 촉구했다. 파월 장관은 특히 자신이 외교적 임무로 다마스쿠스를 방문했음을 강조하고 미국이 시리아를 이라크 다음의 군사공격 목표로 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파월 장관은 그러나 중동 전역을 대량살상무기 금지구역으로 설정하자는 유엔과아랍 국가들의 제의에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지역 어느 국가도 대량살상무기가 필요치 않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미국의 일관된 목표"였다면서 그러나 "현재로선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나 또는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특정 선언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그는 "중동 지역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없애는 것은 미국의 포괄적인 목표로 계속 남아 있다"며 미국도 원칙적으로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월 장관은 이어 중동평화 로드맵과 관련, 시리아 등 주변국들의 지원을 촉구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과정과 병행해 시리아-레바논-이스라엘 평화과정을여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1년여 만에 이뤄진 파월 장관의 중동 방문은 이라크전 종료후 본격적인 중동질서 재편에 앞서 주요 걸림돌인 시리아에 경고와 압력을 가하고, 시리아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