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리콘 밸리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영향으로 `비상'이 걸렸다. 이곳의 첨단기술업체들은 사스 발생을 계기로 기존 `비상전략'의 업데이트를 서두르고 있다. 아울러 `방화벽'의 보호속에 회사 서버에 접속토록 하는 등 컴퓨터를 이용한 재택 근무수단을 강구중이다. 실리콘 밸리에 사스 때문에 시설 가동을 중단하거나 제품 출시를 늦추는 기업은찾아보기 힘들지만 비중이 큰 아시아의 소비수요가 위축되고 사업관계가 엉망이 되거나 공장.사무실 폐쇄사태가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그러나 사스가 고속 인터넷 회의를 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앞당겨아시아 지역 사업의 필수요소인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비상수단을 제공할 것으로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연간 수십억개의 컴퓨터 부품이 생산되고 계약직 저임금 근로자들이수백개의 실리콘 밸리 회사를 위해 컴퓨터 시스템을 관리해주는 한편 소프트웨어를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간 교신은 필수불가결하다. 인텔의 경우 작년 4.4분기 매출의 38%를 아시아와 호주에서 올렸을 정도다. 또아시아에 4천명 이상의 종업원이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도 전세계 매출의 20% 이상이 이 지역에서 나오고 있고 3년 이상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시장으로 꼽혔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 회사들이 아시아 지역과의 교신수단을 전자화할 경우 사업상 위험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아시아 회사의 경영진 가운데는 `직접 대면'을통한 관계형성을 아직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사스 확산에 따른 몇몇 실리콘 밸리 회사의 대처 현황을 살펴봤다. ▲피닉스 테크놀로지스= 아시아가 전체 소프트웨어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알 시스토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 지역 출장여행을 본인의 뜻에 맡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또 회사의 웹기반 화상회의 장비를 업그레이드했다. 판매사원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샌프란시스코-홍콩간 항공출장을 출퇴근의 일부로 여겼을 정도인데 이제 새너제이의 사무실에 앉아 고객과 사이버 상담을 하고있다. ▲로지테크 인터내셔널= 소비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의 CEO 게리노 데 루카는 지난주 프리몬트의 본사에 설치된 최신 `폴리콤 비디오 시스템'의 TV형 화면을통해 일본 기자들과 생생한 인터뷰를 가졌다. 2주간 계속돼온 아시아 여행 및 아시아 역내 여행 금지조치를 지난 21일 해제했으나 직원들에게 컴퓨터 재택근무과 통신회의 및 웹기반 동영상 회의에 익숙해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근로자 4천명중 3천명 가량이 아시아에 있고 이들은 주로 중국의 제조공장에서근무중이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오래전부터 종업원들의 재택근무를 장려해왔고 아시아의 사무실 폐쇄 혹은 근로자 격리조치에 대비해 자체 `아이워크(iWork) 프로그램'의적용범위를 넓혔다. ▲오라클= 직원들에게 불요불급한 아시아 여행을 피하도록 지시했다. 또 사스감염국에서 돌아온 직원들은 5일간 재택근무토록 조치했다. (새너제이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