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광둥성과 홍콩에 이어 베이징과 산시성, 캐나다 토론토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위험지역으로 지목해 여행자제령을 내린 가운데 이 지역들을 포함한 전세계사스 피해는 24일 감염자와 의심 환자 4천439명, 사망자 263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WHO는 전세계적으로 하루새 사스 사망자가 12명 증가했으며 추가 감염자 수가 151명 늘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중국의 추가 감염자 수는 125명 늘어난 2천422명으로, 사망자 수는 110명으로 집계됐으며 홍콩의 감염자도 30명이 증가한 1천488명으로 늘어나고 사망자수도 109명으로 집계됐다. 사스 피해가 심한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는 베이징대학 인민병원이 폐쇄되고 국립도서관이 휴관하는 한편 철도역과 공항에는 심리적 공항상태에 빠져 베이징을 빠져나가려는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베이징 진입 도로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자 반입 농산물이 줄어들고 시민들의 사재기까지 가세해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찌감치 동이 났다. ◇ 폐쇄조치= 베이징 대학측은 인민병원이 24일부터 폐쇄됐으며 2천여명의 환자와 병원직원들이 시내의 다른 6개 지정병원으로 격리 조치돼 사스 감염여부 검사를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학의 한 관리는 인민병원에 대한 검역작업이 실시되고 있다고 밝혔을 뿐,구체적으로 이 병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경찰은 1천20개의 병상을 보유한 이 병원 주변에 접근 금지선을 치고 출입을 막고 있다. 베이징 시당국은 사스가 통제불능 상태로 확산되자 사스 의심 환자를 격리하고 잠재적 감염위험이 있는 건물을 봉쇄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한편 24일부터 2주간 초.중.고교에 대한 휴교령을 내렸다. 베이징시 교도소들도 외부와 폐쇄돼 직원들의 외출 및 가족면회가 금지되고 베이징의 국립도서관도 2주간 휴관조치에 들어갔다. 대만정부도 이날 대만 시립평의원 직원과 환자 5명이 사스 의심 증세를 보임에따라 병원 폐쇄를 지시했다고 보건 당국이 밝혔다. 보건당국은 이 병원내 모든 환자에 대해 격리검사를 실시하고 외래 환자 진료를중단하는 한편 병원 전체의 검역작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역.공항, 슈퍼마켓 붐벼= 사스공포가 확산되면서 베이징의 철도역과 공항등에는 공황상태에 빠진 수천명의 베이징 시민들이 다른 곳으로 대피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베이징 서역의 경우 마스크를 쓴 시민들의 탈출행렬 속에서 암표상들이극성을 부리면서 사스 안전지역인 윈난(雲南)성행 열차표 값이 평상시의 두배로 뛰었다. 한국 출신 등 유학생들도 베이징 상황이 매우 위험해졌고 사스 위협이 아주 심각한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하며 출국을 위해 속속 공항으로 향했다. 또 중국 외교부 청사 맞은편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 화부(華普)는 개장 직후 손님들이 몰려들어 채소, 농산품, 일용품을 사재기 하느라 붐비는 바람에 오전 중 물건들이 동이 났다. 대형 백화점 까르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같은 사재기 열풍은 오는 25일부터 기차편의 베이징 진입이 차단돼 베이징시가 격리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시작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충분한 공급물량을 확보하고 있고 모든 상점들이 영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시민들을 안심시키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WHO는 베이징내에서 사스가 급격히 확산되는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중국측에 사스 관련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해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 베이징시내 사스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WHO는 또 현재까지 2명의 사스 환자가 확인됐다고 밝힌 거대도시 상하이(上海)가 환자 수를 축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구심을 나타내면서 사스 경계령을내렸다. WHO는 그러나 사스의 최초 발병지인 광둥(廣東)성의 경우 사스 감염자 증가세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사스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고 밝혔다. ◇ 다른 주요 피해국들= 싱가포르 정부는 사스 추가 감염자 수가 3명 증가한 가운데 정부의 격리지시에 불응할 경우 영장없이 6개월간 구금하고 1만 싱가포르달러(미화 5천617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등 보건법을 엄격히 개정할 방침이다. 싱가포르는 이를 위해 이미 카메라와 전자 팔찌를 동원, 사스 증상을 나타내 가택 격리조치를 받은 2천467명에 대한 감시에 나섰다. 사스가 동남아로 계속 확산되자 미국 정부는 베트남 주재 미대사관 및 총영사관내 비필수 요원들에 대해 자발적인 철수를 허용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사스 유입을 막기위해 중국과 싱가포르, 홍콩, 필리핀 등 아시아 일부 국가의 순례객들에게 입국비자 발급을 무기한 중지했다. 한편 WHO가 캐나다 토론토를 여행 자제지역으로 선포한데 대해 캐나다 당국의반발이 거세지자 WHO는 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옹호하면서 적어도 3주내에는 토론토 여행자제령을 철회할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사스로 경제성장 위축 우려=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사스의 여파로 24일 올해 회원국들의 예상 평균 경제성장률을 1.9%로 하향조정했다. OECD는 '2003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사스 확산 사태가 "관련 지역에미치고 있는 경제적인 충격을 지금은 확신하기 어려우나 현 상황이 악화되면 그 충격이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도 사스 영향을 이유로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 지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의 5.5% 에서 5.0%로 하향조정했다. (베이징.홍콩=연합뉴스) 조성대.권영석 특파원 y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