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여파로 중국이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고립 위기에 처해있다.


중국은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전세계 투자자와 바이어들을 끌어들이는 "블랙홀"로 부상했다.


외자의 경우 지난해 5백72억 달러를 유치,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외자유치국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사스가 이같은 기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


사스의 발원지라는 공포 못지않게 사스확산을 조기에 경보하지 않은 중국정부에 대한 신뢰추락이 그 이유다.


모건스탠리의 앤디 시에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새 지도부가 사스로 심각한 시험에 직면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선 투명성과 확실한 대응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움직임은 사스공포가 확산되고 중국 책임론이 급부상한 4월부터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신규 외국인투자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사스확산이 2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철수하는 외자기업까지 잇따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다국적기업들은 벌써부터 생산시설 이전을 검토하고 나섰다.


광둥성의 아디다스 지역책임자 호르스트 슈태프는 "내달 중순까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일부 생산시설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8천여명의 종업원을 둔 공장을 운영 중인 의류업체 켈우드 역시 생산시설을 필리핀 등 인접국가로 이전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베이징과 톈진에 주재해온 직원 88명 가운데 33명을 이미 일본으로 돌려보냈다.


삼성전자는 중국인 직원들을 휴가 보내기로 했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외국 전문가들의 광저우 현지 공장 시찰기피로 자사의 서니 모델 시판이 연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자에서 "사스가 계속 확산될 경우 투자계약 체결을 위한 외국기업들의 중국방문 의지가 더욱 약화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베이징에서 격리되는 곳이 늘어나는 것도 중국투자를 꺼리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베이징 차오양구의 다통다샤 부근 식당가가 문을 닫은데 이어 중국 최대 IT제품 상가가 몰려있는 중관춘의 일부 빌딩에도 폐쇄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대 부속 인민병원에 이어 디탄병원도 폐쇄조치되고 중앙재경대학 및 교통대학의 일부 건물 등도 격리되면서 외국기업들은 공장이 격리조치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자연히 해외바이어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중국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 21일 1기가 끝난 중국 최대 무역박람회인 광저우 수출상품 교역회를 찾은 해외바이어들은 1만5천5백여명으로 지난해의 23% 수준에 그쳤다.


중국 새 지도부가 적극 나서고 있는 중국기업의 해외진출 촉진정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졌다.


중국인에게 일시적으로 비자발급을 중단한 국가가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10여개국(홍콩 명보)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세계화전략이 사스의 덫에 걸려 좌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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