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중 베이징 3자회담에서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시인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모처럼 마련된 대화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제10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이틀 앞두고 나온 이 소식은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 긴장 고조=미국과 유럽연합(EU)은 '핵비확산조약(NPT)에 대한 중대도전'으로 규정,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경제제재 등 대북 압력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보유만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중국과 러시아도 유엔에서 북한을 더이상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대북강경기조'는 동북아 전역으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특히 일본은 안보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핵무장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 이어 대만 등 한반도 주변국까지 연쇄적으로 핵무장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발언이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북한 특유의 '벼랑끝 전술'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미 △핵동결 해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추방 △NPT 탈퇴 등 카드를 다 써먹은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3자회담 지속 '불투명'=북한의 핵무기 보유 언급이 단순히 협상용 카드일지라도 미국정부의 대북 대응기조 등을 고려할 때 3자회담 또는 '확대된 다자회담'의 지속적 개최 여부를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은 그동안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중점을 뒀던 '북핵 해결원칙'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미 정부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대북 강경파들은 북한과의 대화 자체를 반대해왔다. 이와 관련,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대화를 통한 해결의 여지는 사실상 사라지게 될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미국은 당초 이번 회담에 앞서 제2차 회의 개최 시기 등에 대해서는 회담이 끝난 뒤 내부 검토 및 한국 일본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면서 북핵회담의 중단을 예단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북핵회담이 하루 이틀에 끝나지는 않을 것인 만큼 북한의 핵보유 발언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화를 통한 해결의 길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