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을 막기 위해 수도 베이징(北京)의 주요 건물들을 폐쇄하는 등 연일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마저 사스 확산 징후를 드러내는 등 중국 전역이 사스 태풍권에 들었다. 베이징시 정부는 이날 사스 감염자가 추가로 89명 발생하는 등 파문이 확산일로로 치닫자 사상 처음으로 대학 밀집지역인 하이뎬취(海淀區) 중관춘(中關村)을 폐쇄했다. 이 때문에 중관춘에 있는 농예커쉐위앤(農業科學院)도 문을 닫았다. 당국은 또 하이뎬취 우다오커우(五道口), 차오양취(朝陽區) 다통다샤(大通大廈)부근 식당가를 폐쇄하고 일부 지역 술집들에 대해서도 영업 제한 조치를 취하는 등사스 바이러스가 침투한 시내 모든 지역과 건물을 완전 폐쇄하기로 했다. 또 중국 공안은 24일 환자와 의료진 3천여명이 있는 베이징대학 인민병원과 디탄병원 등 사스 치료병원 2곳을 봉쇄하고 국립도서관에 대해 휴관령을 내렸으며 건설 인부들 사이에 환자가 속출함에 따라 시내 4천여개 건설현장도 모두 폐쇄했다. 특히 사스 의심환자들과 접촉한 베이징 시민 4천명에 대해 가택 이탈 금지령이내려졌다. 베이징에 사스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철도역과 공항에는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 시민들이 베이징을 빠져나가기 위해 장사진을 이룬 가운데시 당국은 병원의 허가증이 없는 대학생들에 대해서는 베이징 이탈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베이징 진입 도로의 통제 강화 후 반입 농산물이 크게 줄어들고 시민들의 사재기까지 가세해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찌감치 물건들이 동이 나자 25일부터 기차와 진입도로 통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특히 시민들 사이에서는 베이징에 곧 비상계엄령이 선포된다거나 베이징 시내를격리하기 위해 시내 경계선 전부를 철사끈으로 봉쇄할 것이며 시민들이 굶어죽을 것이라는 등 갖가지 흉흉한 소문이 꼬리를 물고 번지고 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까지 2명의 사스 환자가 확인됐다고 밝힌 상하이(上海)가 환자 수를 축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구심을 표명했고, 미국 시사주간 타임도 상하이가 사스 실태를 국가기밀로 축소.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위생부에 따르면 24일 현재 중국의 사스 감염자 수는전날보다 125명 늘어난 2천422명이며 사망자 수는 15명 증가한 125명으로 집계됐으며 수도 베이징의 경우 환자 774명, 사망자 39명을 기록하고 있다. ◇ 폐쇄조치= 베이징시 당국은 25일 중관춘을 폐쇄, 이 지역 안에 있는 노예커쉐위앤을 비롯해 주요 관공서와 건물들의 출입이 자동 금지됐다. 중관춘 인근 대학가인 우다오커우도 조만간 폐쇄가 검토되고 있다. 시정부는 또 사스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다른 건물이나 지역도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시정부는 특히 사스 의심환자들과 접촉한 4천명에 대해 집을 벗어나지 말 것을지시, 사실상 가택 격리조치를 취했다. 궈지융(郭積勇) 베이징시 위생국 부(副)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베이징에서사스 의심환자들과 친밀한 접촉을 한 4천명에 대해 집에만 머물러 있으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궈 부부장은 그러나 가택 격리 대상자가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 누구인지, 그리고 격리기간은 언제까지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또 현재 6개 병원을 사스 치료 전담병원으로 지정했으나 이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시 당국은 이와 함께 5일간 계속되는 노동절 휴가기간에 사스가 확산되지않도록 병원 확인증이 없는 대학생과 교사들에 대해서는 베이징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시당국은 공문을 통해 베이징을 떠나려는 학생들은 자신이 건강하다는 서면 문서를 소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 교육 당국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중국을 떠나는 것은 막지 않을 방침이라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베이징 대학측은 인민병원이 24일부터 폐쇄됐으며 1천여명의 환자와 2천여명의병원 직원들이 시내의 다른 6개 지정병원으로 격리 조치돼 사스 감염여부 검사받고있다고 밝혔다. 이 대학의 한 관리는 인민병원에 대한 검역작업이 실시되고 있다고 밝혔을 뿐,구체적으로 이 병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경찰은 1천20개의병상을 보유한 이 병원 주변에 접근 금지선을 치고 출입을 막고 있다. 또 베이징에서 두번째 규모인 디탄병원도 봉쇄돼 환자 가족을 포함, 방문객들의병원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고 병원 당국자들은 전했다. 이 병원에는 외국인을 포함, 100여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추가로 100명의 환자를 수용할 병상을 확보하고 있다. 베이징시 교도소들도 외부와 폐쇄돼 직원들의 외출 및 가족면회가 금지되고 베이징의 국립도서관도 2주간 휴관조치에 들어갔다. 대만 정부도 이날 대만 시립병원 직원과 환자 5명이 사스 의심 증세를 보임에따라 전체 직원 930명과 환자 240명을 병원 내부에 2주일간 격리시키기로 하는 한편병원 건물 전체를 폐쇄하도록 지시했다. 보건 당국은 이 병원내 모든 환자에 대해 격리검사를 실시하고 외래 환자 진료를 중단하는 한편 병원 전체에 대해 검역작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문병왔다가 병원내부에 갇힌 방문객 50여명은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 ◇ 철도역.공항, 슈퍼마켓 장사진= 사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베이징의 철도역과공항 등에는 수천명의 베이징 시민들이 베이징을 피해 다른 곳으로 대피하기 위해대거 몰려들고 있다. 베이징 서역의 경우 마스크를 쓴 시민들의 탈출행렬 속에서 암표상들이 극성을부리면서 사스 안전지역인 윈난(雲南)성행 열차표 값이 평상시의 두배로 뛰었다. 한국 출신 등 유학생들도 베이징 상황이 매우 위험해졌고 사스 위협이 아주 심각한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하며 출국을 위해 속속 공항으로 향했다. 또 중국 외교부 청사 맞은편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 화부(華普)는 채소, 농산품,일용품을 사재기 하느라 붐비는 바람에 물건들이 동이 났다. 대형 백화점 까르프도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약재 전문시장인 허베이(河北)성 안궈야오차이스창(安國藥材市場)에서는 사스예방약으로 알려진 민간요법 한약 진인화(金銀花) 가격이 500g당 20위앤(元.약 3천원)에서 360위앤으로 18배나 폭등했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충분한 공급물량을 확보하고 있고 모든 상점들이 영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시민들을 안심시키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 비상계엄령 선포설= 사스 바이러스와 함께 근거를 알 수 없는 소문도 빠른속도로 확산, 베이징 시민들 사이에서는 비상계엄령 선포설이나 베이징 철사 봉쇄설등 온갖 흉흉한 소문들이 퍼지고 있다. 외국인 거주지역에 살고 있는 프랑스 사업가 이사 키보아는 "중국 정부가 비상계엄령을 선포한다는 내용의 휴대폰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경계선을 모두 철사줄로봉쇄하면 우리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하이뎬취(海淀區)에 근무하는 영어 교사 닐 해밀턴은 "주변에 있는 대다수 외국인들이 이미 베이징을 탈출했지만 나는 베이징을 떠날 수가 없다"면서 "항공편 예약이 끝나 비행기를 탈 수가 없다"고 투덜거렸다. 한편 WHO는 베이징내에서 사스가 급격히 확산되는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중국측에 사스 관련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해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 베이징시내 사스 상황을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상하이에도 사스 태풍 징후= 상하이 사스 환자가 외국인 2명에 불과하다는당국의 공식 발표와는 달리 상하이에도 상당수의 감염자가 발생했으나 상하이시가국가기밀로 은폐하고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5일 보도했다. 베이징의 사스 은폐를 처음 폭로했던 이 주간지는 상하이시 부시장 보좌관의 말을 인용해 중앙 정부가 이번 주 초 외국인 투자자들의 철수 사태를 우려해 상하이시를 `사스 없는 도시'로 선전하라는 지침을 시달했다고 공개했다. 이같은 방침은 상하이시가 장쩌민(江澤民)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권력기반도시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한 서방 소식통은 풀이했다. 중국 지도부의 권력투쟁 속에 상하이는 장 주석과 측근들의 세력기반이기 때문에 여전히 은폐.축소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하이를 방문, 조사 중인 세계보건기구(WHO) 볼프강 페이저 박사도 24일 상하이에 사스 환자가 2명 밖에 없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고 수십명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상하이에도 사스 경계령이 내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상하이.홍콩=연합뉴스) 조성대.권영석.이우탁 특파원 sdcho@yna.co.kr yskwon@yna.co.kr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