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페스트' 또는 `중국판 체르노빌'로 불리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태풍이 중국 최대의 경제도시 상하이(上海)마저 강타했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상하이 사스 환자가 외국인 2명에 불과하다는 당국의 공식 발표와는 달리 상하이에도 상당수의 감염자가 발생했으나 상하이시가 국가기밀로 은폐하고 있다고 미국시사주간지 타임이 25일 보도했다. 베이징의 사스 은폐를 처음 폭로했던 이 주간지는 상하이시 부시장 보좌관의 말을 인용해 중앙 정부가 이번 주 초 외국인 투자자들의 철수 사태를 우려해 상하이시를 `사스 없는 도시'로 선전하라는 지침을 시달했다고 공개했다. 이같은 방침은 상하이시가 장쩌민(江澤民)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권력기반도시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한 서방 소식통은 풀이했다. 사스의 정확한 실태 공개에 반대하는 입장인 장 주석은 공개파인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 휘하 제4세대 지도부와 권력투쟁을 벌이다 결국 지난 20일 베이징의 솔직한 사스 실태 공표 후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는 설이 중국 전문가들사이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권력투쟁 속에 상하이는 장 주석과 측근들의 세력기반이기 때문에 여전히 은폐.축소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하이를 방문, 조사 중인 세계보건기구(WHO) 볼프강 페이저 박사도 24일 상하이에 사스 환자가 2명 밖에 없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고 수십명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상하이에도 사스 경계령이 내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타임에 따르면, 상하이 전염병 병원의 한 의사는 "사스 의심 환자로 우리 병원에 입원한 사람만 30명이 넘는다"면서 "홍콩의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이들 대부분이사스 환자로 판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화산(華山)병원의 의사들과 간호사들도 "우리 병원에 사스 의심 환자가7명이 입원하고 있다"고 확인했으나 이 병원 공보판공실 당국자는 현재 병원에 사스의심 환자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상하이의 한국교민 이모씨는 `화산병원에 사스 환자 7명 입원설', `한 아파트단지 봉쇄설' 등 사스 확산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타임 보도를 접하니 사실이라는생각이 든다고 걱정하고 이제 사스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모씨는 이밖에 상하이 자동차박람회 취재차 베이징에서 온 기자가 감염자여서외국인 2명을 감염시켰다는 소문이 크게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제유치원에 다니는 한 미국인 학부모가 사스 환자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 때문에 유치원생 일부가 감염 증세를 보임에 따라 이 부근 아파트 단지를 격리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상하이 공산당 당국자들은 지난 23일 현지 관영언론들과 내부 모임을 갖고상하이시도 사스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대규모 행사를 취소하겠다면서 언론이 사스예방책 위주로 보도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타임은 전했다. 공산당 당국자들은 그러나 상하이시의 사스 환자 수는 아직 국가기밀이라고 주지하고 정부가 공개하는 것보다 많다는 식으로 보도해서는 안되며 환자 인터뷰를 해서도 안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상하이=연합뉴스) 조성대.이우탁 특파원 sdcho@yna.co.kr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