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채같은 대사관에 들어앉아 있는 러시아 외교관들을제외하고 바그다드에 외교관들이 없다는 사실은 폐허화된 이라크에 국가가 존재하지않는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미군에 바그다드가 함락된지 2주만에 푸르고 희고 붉은 깃발을 내건 러시아대사관 입구에서 만난 한 러시아 외교관은 "아무 할 말이 없으며 우리의 바그다드 주재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러시아대사관은 바그다드 시내 알-만수르지역에 있으며전쟁중에도 외교관을 계속 주둔시켜 엄청난 어려움을 격었다. 대사관 주변이 가공할만한 공습에 노출돼 모스크바 당국은 미국측에 대사관 건물을 보호해달라고 긴급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티토렌코 러시아 대사는 미군이 4월9일 수도를 장악하기 직전 바그다드를 빠져나가다가 차량행렬이 공격당해 부상을 입었으나 누가 발포했는지 불확실하다. 러시아대사관에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외교관들이 다 빠져나간 바레인대사관에서 무장 경비가 쳐다보고 있었다. 대사관내에는 튀니스 출신 직원과 2명의 이라크경비가 24시간 경비를 하고 약탈자들을 막기 위해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튀니스 출신 직원 후세인 가르살리는 이라크 북부 모술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기 위해 튀니스에서 이라크로 왔으며 그후 바레인대사관에서 일해왔다. 그는 "이라크인들이 중국대사관에 침입했고, 독일대사관은 약탈당했고, 파키스탄, 수단, 슬로바키아대사관도 같은 실정이다"고 말했다. 가르살리는 "바레인 외교관들이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경내를 지킬 것이다. 외교관들이 (이라크) 국가 당국이 없기때문에 곧 돌아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크리 아부 탈레브 바그다드 주재 요르단대사는 이라크 사법 당국의 재건과 미국의 군사 점령이 끝날 때까지 이라크로 귀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라지역에서는 무장 경비들이 독일대사관 발코니 위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며 이곳은 프랑스문화관과 같은 시기에 약탈당했다. 경비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도 하지 않고 암만에 주재하는 독일대사관에 알아보라고 말했다. 프랑스대사관 경비중 한명인 누리 사바는 약탈자들을 막는데 성공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지금까지 어느 나라도 조만간 외교관들을 이라크로 귀임시킬 것이라고 발표하지않고 있다. 미 국무부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은 지난달 바그다드의 미 대사관을 새로건설하기 위해 3천600만달러의 예산을 정부가 편성했다고 말했다. (바그다드 AFP=연합뉴스) sm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