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장한 체격의 키 큰 이라크인이 마이크를 움켜쥐고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요르단과 스웨덴에 있는 형제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우리는 모두 잘 있어. 다시 만나 함께 살게 되기를 신에게 빌고 있어' 이라크인들의 개인적 안부를 전하는 알 자지라 방송 프로그램이 바그다드에서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바그다드 주민 500만명은 미국 주도의 연합군의 공격으로 전화망이 파괴되는 바람에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사랑하는 가족 및 연고자들과 연락이 두절돼 있는 상태. 카타르 도하에 본거를 두고 있는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17일부터 이라크인들이 외부의 연고자에게 짧게 안부를 전하는 `이라크로부터의 소리' 방송을 시작했다. 비디오폰 대화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알 자지라의 방송망을 타고 전세계 수백만명의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3주 이상 외부 가족 및 연고자와의 연락이 끊긴 바그다드에서는 18일에도 시민들이 비싼 이용료를 내고라도 이라크 밖에 있는 친척들에게 안부를 전하려 시내에있는 팔레스타인 호텔밖 거리에 줄지어 늘어섰다. 휴대용 위성전화 이용료는 8달러.물론 현금만 받는다. 다른 사람들은 호텔에 머물고 있는 기자들에게 몇분만이라고 위성전화를 빌려달라며 매달린다. 알 자지라방송 바그다드 특파원인 파에자 알 이지는 "기자들은 물에 빠진 이라크인들이 매달리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면서 "기자들은 이라크인들이 그들을 통해 외부세계의 숨을 들이 마실 수 있는 허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 이라크 남자는 어느 기자의 전화를 빌려쓴 후 "이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 담당 PD인 디마 카티브는 방송이 나간후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하려는 해외 거주 이라크인들로부터 전화와 팩시밀리가 쇄도했다고 말했다. 카티브는 AP통신에 이런 접촉을 도와주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처음 방송된 17일에는 기자가 카메라 앞으로 몰려드는 이라크 군중에게 무작위로 마이크를 주는 식으로 진행됐으나 18일에는 줄이 생겼다. 방송에서는 한 여성이 "엄마, 우리는 괜찮아. 엄마'하며 울부짖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TV방송국 지프를 배경으로 일단의 남자들이 카메라앞에 늘어선 가운데 수염을 기른 키 작은 남성이 "형, 걱정하지마, 엄마도 잘 있어'라고 말하는 장면도 방영됐다. 방송 이틀째인 18일에는 바그다드에 있는 이집트인과 시리아인, 리비아인들도출연했다. 카티브는 이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전화를 다시 쓸 수 있게 돼 더이상 우리를필요로 하지 않을 까지 `필요한 기간 만큼' 계속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도하(카타르) AP=연합뉴스)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