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인구 대국들은 회원국이 6개월씩 돌아가며 맡는 현행 순번의장제 대신 국제무대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5년 임기의 선출직 대통령제로 바꾸자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제안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있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 인터넷판이 17일 보도했다. `유럽의 미래에 관한 회의' 의장인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은 16일 EU가 국제무대에서 비중을 가지려면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인구대국들의 의견을 지지하고 나섰다. EU의 인구 소국들은 중부 및 동부 유럽의 10개 신규 가입국들과 합세해 대통령제에 반대하고 있어 이 문제는 헌법 초안이 마련되는 오는 6월 차기 EU 정상회담 때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돼 왔다. 지스카르 데스탱 의장은 아테네에서 열린 EU 정상회담에서 "국가 수도 중요하지만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EU에서는 인구 수도 염두에 둬야 한다. EU 주민의대다수는 보다 안정된 대통령제를 지지한다"고 말하고 덴마크와 스웨덴도 대통령제 지지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EU 회원국 정상들의 투표로 5년 임기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안은 원래 블레어 총리의 아이디어였지만 자크 시라크 프랑스 총리가 공식 안건으로 제의했다. EU가 대통령을 두게 되면 과거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이 제기했던 "비상시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느냐"하는 문제가 해결되며 최근 이라크 문제를 둘러싸고벌어진 것과 같은 분열적인 논쟁도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다. 2006년부터 집무를 시작할 EU 초대 대통령 후보로는 2005년 차기 총선을 치르는블레어 총리가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도 후보감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통령제 초안에 따르면 대통령 밑에는 현행 대외관계 담당 집행위원과 외교정책 담당 집행위원의 역할을 합친 외무장관직이 신설된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