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개전 27일 만인 15일 미·영 연합군이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이라크군의 잔당이 투항하거나 분쇄될 때까지 추적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이라크 반체제 지도자들은 이날 과도 정부 구성을 위한 첫 회의를 갖고 새 정부는 모든 이라크인들이 참여하는 민주정부가 돼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재야인사 해외망명객 등 이라크 반후세인 지도자 80여명은 이날 남부 도시 우르에서 신정부 구성을 위한 첫 준비회의를 갖고 외부 압력 없는 지도자 선출 등 과도정부 구성을 위한 13개 원칙에 합의했다. 이 원칙에는 △모든 정치단체 참여 △정치적 폭력 거부 △바트당(이라크 집권당) 해체 △바트당원의 사회적 영향력 제한 등이 포함됐다. 반체제 대표들은 앞으로 10일 이내에 회담을 다시 열어 각 세력간 이견을 조율하는 한편 과도 정부 출범을 위한 세부 절차를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이라크 최대 시아파 단체인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SCIR)가 미국의 역할에 불만을 표시하며 이 회의에 불참한 데 이어 시아파 주민 2만여명도 대규모 반미 시위를 벌이는 등 미국의 전후 구상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강력한 반전 외교로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서 "프랑스는 이라크 전후처리와 관련해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며 종전의 유엔 중심 전후처리 입장을 사실상 철회했다. 20여분 동안 이뤄진 전화회담은 시라크 대통령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이에 앞서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도 "과거 우리를 갈라놓았던 것으로 돌아가는 것은 소용 없다.미래로 향하자"고 강조하는 등 미국에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