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이 초단기에 마무리되면서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급속히 퇴조하고 있다. 이라크전의 영향으로 최근 발표되는 1분기 경기지표는 대부분 악화됐으나,향후 경제흐름을 예고해주는 경기선행지수들은 상당히 밝은 편이다. 세계 주요국 증시가 강세기조를 이어가고 있는게 그 예이다. 한때 배럴당 40달러(WTI기준)에 육박했던 국제유가가 3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하향안정세를 보이는 것도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도 그동안 약해졌던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다지기 위한 다양한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이라크전의 종전과 함께 경제회복을 위한 또 다른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선행지표 호전 조짐=이라크전 이전만 해도 전후경기를 둘러싸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렸다. 이라크전에 짓눌려 전세계 소비 및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더블딥(짧은 회복 후 재침체)'의 우려도 제기됐다. 물론 테러발발 가능성과 반미감정,선진국간 경제마찰 등은 여전히 세계경제의 '악재'로 남아있다. 그러나 최근 며칠간 발표된 각종 지표들과 금융 원자재시장의 움직임은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선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3월 10년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던 미시간대 소비자 신뢰지수는 4월 중 83.2를 기록,2000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세계증시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 다우지수는 전쟁직전인 3월11일 이후 11.6% 급등,8,400선으로 올라섰다. 영국 FTSE100지수는 한달여만에 19.1%,독일 DAX지수는 28.6% 급등했다. 전후 경기전망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온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최근 "전쟁후유증이 효과적으로 진정되고 있어 장기적인 성장에 힘이 붙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낸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브라이언 존스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소비심리의 호전이 기업들의 투자를 자극해 미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경제회복 전쟁 본격화돼=전쟁이 일단락되면서 각국 정부는 정책의 중심을 전쟁에서 경제로 돌리고 있다. 가장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5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제는 경제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안보문제에 총력을 기울였던 정책을 경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미 중소기업인들을 백악관으로 초청,경제 현안에 대한 소신을 피력하고 대규모 감세 정책을 중심으로 한 경기부양도 다짐했다. 지난해 0.9%의 저조한 경제성장률을 보인 유럽연합(EU)도 노동시장과 자본시장 개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유럽연합 각 회원국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추가적 재정지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성장과 안정화 협약'을 완화해 줄 것을 EU집행위측에 요구했다. 일본도 불량채권을 신속히 처리하는 동시에 통화 확대 정책을 통해 디플레에서 탈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선진 7개국(G7) 재무 장관들은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고 세계 경제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및 금융정책을 실시하고 구조개혁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세계는 경제펀더멘털을 개선하기 위한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