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전을 단기간에 승리로 이끌어위세를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전 이후의 세계질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유엔의 무능 등을 거론하며 유엔의 승인을 얻지 않고 이라크 공격을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프랑스, 러시아 등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 미국의 독주를 경계하며 이라크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국가들이 미국의 일방적인 무력사용에 대한 견제역할을 계속할 지 또 미국이전후 이 국가들과의 관계회복을 시도할 지 여부도 주목된다. ▲ 팍스 아메리카나 = 미 행정부가 미국 주도에 의한 세계평화 즉,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추구한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 1998년의 코소보 사태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을 이끌고 유고슬라비아를 공격해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과시한 미국은 이후 2001년 9.11 테러사태를 계기로 유엔 중심의 세계질서를 거부하며 독주채비를 갖췄다. 미국은 대테러전을 선언하며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해 알 카에다 테러조직에 은신처를 제공한 집권 탈레반을 축출한 데 이어 대량파괴무기가 미국에 주는 위협을 이유로 이라크를 공격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켰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유엔의 군사력 사용 결의 없이 영국 등 일부 동맹국들과 함께 이라크를 공격하면서 "유엔 결의를 수차례 위반한 국가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면 유엔의 존재는 의미가 없다"고 선언하기 까지 했다. ▲ 이라크전 승리 = 미국은 첨단무기 등 월등한 군사력을 이용해 이라크전을 불과 3주일여만에 손쉽게 끝냄으로써 유엔을 대신해 사실상의 세계 경찰 역할을 할 수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음을 과시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5일 경제문제에 대한 대국민 연설에서 이라크전의승리를 선언하면서 "한 달 전 이라크는 자국민에게 감옥이었고 테러범들에게 은신처였으며 세계를 위협한 무기고였다"면서 "오늘 세계는 더 안전해졌다"고 말했다. 콜린 파월 장관도 이날 외신기자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이라크 국민 뿐 아니라 그 지역, 세계의 사람들에게 희망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미국 지도자들의 이같은 발언은 이라크전의 여세를 몰아 앞으로도 미국이 무력으로 세계 질서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 세계의 분열 = 문제는 과연 이같은 미국의 독주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냐이다. 미국은 엄청난 군사력과 경제력을 이용해 세계여론을 주도하려 하면서 다른 국가들의 견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후 세계 안보기구로 태동한 유엔이라는 틀을 무시한 미국의 이같은 독주는 이미 이라크전 찬성 여부를 놓고 세계를 둘로 갈라놓았다.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은 전쟁에 반대하는 유럽의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과 갈등 양상을 보였고전쟁의 무대인 아랍권도 친미와 반미, 중립 등으로 분열됐다. 부시 대통령은 오는 6월 유럽 순방을 하면서 이같은 갈등을 치유하려고 시도할전망이지만 과연 이 갈등이 쉽사리 치유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 국가들은 그동안미국의 독주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왔고 앞으로도 미국의 안보리를 통하지 않는 군사력 사용에 제동을 걸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미국의 독주 = 유엔은 이번 분쟁에서 국제문제를 해결하는 기구로서의 효용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유엔이 미국의 힘에 밀리고 있는 양상이다. 프랑스, 러시아,중국 등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 유엔에서 미국의 독주에 제공을 걸려하고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인상이 짙다. 탐 샌더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미국은 앞으로 민주주의의 번영등 자기의 목표를 위해 세계의 지정학적 무대를 재구성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앞으로도 자국의 안보같은 유엔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서는 유엔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유엔은 계속 존재할 것이며 앞으로도 세계평화를 위해 귀중한 역할을 할것"이지만 "미국의 현 정권은 자기 목적을 위해 유엔이 여의치 않을 경우 더 나은수단을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