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영국은 원칙적으로 유엔이 이라크 전후 복구의 핵심역할(key role)을 맡아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15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독일 하노버에서 양국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중요한 것은 그런 역할 부여 원칙에 합의하는 것이며, 그런 뒤에 구체적수행 방안에 대해 우리끼리 외교적으로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슈뢰더 총리는 "우리가 최소한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은 유엔이 그같은 상황의 우산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며 긴요한(vital) 역할이나 중심(central) 역할 등의 용어로 달리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슈뢰더 총리는 "우리는 유엔이라는 우산이 있어야 한다는데 합의했다"면서 "우산의 행방과 구체적 성격을 규정하는 일은 외교관들에게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슈뢰더 총리는 유엔 역할에 대해 `중심(central)역할'이라는 용어만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날 슈뢰더 총리가 용어에 대해 개방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난 주 블레어 총리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회담에서 "(유엔의) 정확한 역할에 대한 용어에 관한 일부 논쟁은 그리 중요치 않다"고 정리한 일에 대한 화답으로 보인다. 이번 양국 정상의 합의는 어떻게 해서든 이라크 전후 복구에 참여하고 싶어하면서 적당한 명분을 찾아온 독일의 입장과 국제사회의 경제적.정치적 지원이 필요한미.영의 입장을 서둘러 절충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영국이 유럽 공동 외교안보정책을 깨트렸다는 비난을 면하고 향후 유럽연합(EU) 내 입지를 확대하려는 포석으로도 분석된다. 어쨌든 독.영 정상의 이번 합의는 향후 프랑스와 러시아가 유엔의 `일정 역할'을 이유로 복구에 참여할 명분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블레어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엔의 역할 설정은 영국과 미국이 정한 이라크 전후 처리 목표 3가지 가운데 세번 째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레어 총리는 "첫째 목표는 이라크에 대표성을 가진 정부를 구성하고 민주주의로 향하게 하는 것이며, 인도주의적 전선에서 진전을 이루고 특히 이라크 국민들에게 기능하면 빨리 안전과 질서를 제공하는 것이 두번 째 목표"라고 설명했다. 슈뢰더 총리는 그가 원치 않았던 전쟁으로 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일이 기쁘냐는 기자의 질문에 독재정권이 무너진 결과에는 만족하지만 이를 이루기 위해 동원한 (전쟁이라는) 수단에는 만족치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또 "군사적 승리를 이라크 국민과 국제사회의 진정한 이익으로 전환시킬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이런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할 일이 많으며,우리와 동맹국들이 이에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