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종결 단계에 접어들면서 아랍권의 전후 외교가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이라크 전쟁을 막지못해 아랍 민중의 집중성토 대상이 됐던 역내 국가들은 전후 처리마저 실패할 경우 정권안보가 흔들릴 위기에 처해있다. 아랍국들은 이라크의 분열과 혼란의 장기화는 곧바로 중동 전지역에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다. 벌써부터 시리아가 미국의외교,경제적 압박공세에 직면하고 있어 이같은 위기감이 결코 기우가 아님이 입증되고 있다. 아랍연맹은 이번주 외무장관 특별 회의를 열어 이라크 전후 처리 및 차기 정부구성 문제와 관련, 아랍권의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또 18일에는 이라크 인접국외무장관들이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모여 전쟁 후유증을 진단하고 처방을 논의한다. 14일에는 전통적 친미 국가이며 아랍권의 중심 국가인 이집트와 요르단이 정상회담을 갖고 이라크 전후 상황을 논의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이라크 내 외국군대 철수와 "이라크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의 구성을 촉구했다. 이라크 전체 국민을대표하되 제한된 수의 망명 인사들을 포함하는 "신뢰할 수 있는" 정부를 구성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과 영국 군대의 완전 철수를 보장할수 있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잊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국의 대(對) 시리아 경고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새로운 긴장 상황에 관해서도 심도있게 논의됐다고 양국 외무장관들이 밝혔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미국의 전통적 역내 우방이자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한아랍국들이라는 점에서 미국으로선 이들의 요구를 간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압둘라 국왕은 15일에는 바레인과 사우디 아라비아를 잇따라 방문, 이라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마르완 모아쉬르 외무장관이 밝혔다. 사우디 아라비아도 파드 국왕과 압둘라 압둘 아지즈 왕세자의 지시에 따라 오는18일 리야드에서 이라크 인접국 외무장관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우드 알-파이잘 외무장관은 사우디 요청으로 열리는 `긴급 지역회담'이 전후이라크 상황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참가국은 밝히지 않았다. 파이잘 장관은 이날 예고없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이라크의 치안 상황과 주권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고 관영 SPA통신이 전했다. 그의 다마스쿠스 방문은 미국이 시리아에 대해 대량살상무기 보유 및 이라크정권 지원 의혹을 내세워 제재를 경고한 가운데 이뤄졌다. 아랍권의 자발적 외교 노력과는 별도로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도 쿠웨이트와바레인, 오만, 사우디 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을 순방중이다. 스트로 장관은 14일쿠웨이트에서 유엔과 이라크 과도정부가 전후 이라크 재건에 주도적 역할을 맡게될것이라고 다짐했다. 그에 앞서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도 중동 순방에 나서 국제사회의이라크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13일 파이잘 사우디 외무장관을 만나 이라크 통제권을 이라크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급선무임을 강조했다. 이라크 전쟁 한달전인 지난 1월 23일 사우디와 요르단, 터키, 시리아 등 이라크인접국들과 이집트는 이스탄불에서 전쟁 위기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바그다드 함락으로 이라크 전쟁이 사실상 종료단계에 접어들면서 사우디가 새로운 역내 외교 중심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15일에는 리야드에서 걸프협력회의(GCC) 외무장관 화의가 열릴 예정이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