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은 사실상 끝났어도 이라크를 물리적으로, 정치적으로 재건하는 `어려운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라고 영국 BBC 인터넷판이 13일 보도했다. 미 관리들은 짧은 기간의 미군정이 끝나면 이라크 권력을 인수할 과도기구 창설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일련의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15일 남부 나시리야 인근의 한 공군기지에서 그 첫모임이 열리지만 전후 이라크 미래를 계획하는 일은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이는 등 쉽지 않을 것 같다.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이라크 국내인사와 주요 망명 반정부 단체 인사들을 초청했으나 미.영 연합군이 함께 일할 사람을 택하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임은 확실하다. 망명 인사들의 분열상은 너무 잘 알려져 있다. 지난주 유명한 시아파 성직자가 암살된 성지 나자프에서 갑작스럽게 분출된 긴장은 앞으로 있을 위험에 대한 경고가 되기에 충분하다. 국방부가 이라크 군정을 이끌도록 임명한 퇴역장군 제이 가너는 이라크인들에게 `큰 텐트'를 선사했다. 이는 그가 전후 이라크 재건과정에서 가능한 많은 이라크인들을 끌어들이길 원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망명지에서 돌아온 이라크 반체제 인사들은 후세인 통치하에서 살아온 이라크인즉, 부족 및 종교지도자, 관료, 바트당 당원들과 공유할 토대를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이 준비중인 이라크인과의 대화의 클라이막스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포스트 탈레반의 새로운 지도부를 창출해냈던 `본 컨퍼런스'를 모델로 삼은 `바그다드대회의'가 될 것이다. 두 모임간의 큰 차이가 있다면 아프간에서는 유엔이 주역을 맡았으나 이번에는 미국이 방향을 정하는 `운전석'에 앉아있다는 것이다. 폴 월포위츠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주 한 상원위원회에서 "유엔은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지만 관리주체는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반전의 기치를 높이 올렸던 독일, 프랑스, 러시아는 유엔의 은총이 없는 바그다드 신정부는 합법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본 컨퍼런스에서는 하미드 카르자이를 아프간 임시정부 수장으로 뽑았으나 `바그다드의 카르자이'로 뚜렷하게 부각되며 앞서 나가는 인물은 없다. 지금까지 포스트 후세인의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다음과 같다. ◇ 아메드 찰라비 = 지난 91년 창설된 이라크국민회의(INC)를 이끌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워싱턴의 매파들은 그를 이라크 민주화 과정을 잘 이끌 사람으로 믿고 있다. 반대파들은 그러나 그가 1950년대에 이라크를 떠났고 부패한 기업거래를 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아야톨라 무하마드 바크르 알 하킴 = 유명한 이라크 시아파 성직자 가계 출신으로 테헤란에서 최고이슬람혁명평의회(SCIRI)를 이끌고 있다. 이라크 안에서는 지지를 받고 있으나 이란과의 연계성 때문에 미국과 일부 이라크인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아드난 파차치 = 이라크 전 외무장관. 올해 80세의 수니파로 미국도 우호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아랍권 국가들과도 잘 연계돼 있는 진보적 성향의 민족주의자. 일부에서는 그의 나이를 들어 과도기간의 지도자감으로 보고 있다. ◇자랄 탈라바니. 마수드 바르자니 =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두 분파의 지도자들이다. 쿠르드족 사이에서는 확고한 기반을 갖고 있으나 전후 이라크 전체의 권력을 다투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 니자르 카즈라지 = 이라크의 뛰어난 장성으로 종종 사담의 후계자로 언급돼왔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그가 쿠르드족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 혐의를 조사받던 덴마크의 가택연금지에서 걸프지역으로 탈출하도록 도왔다는 설이 있다. 미국은 이처럼 뚜렷하게 앞서가는 후보가 부각되지 않자 집단지도체제를 모색하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후 이라크 미래에 대한 심각한 의견차가 표출되고 있는 것은 이라크 안에서만이 아니라 워싱턴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무부와 CIA는 국방부가 찰라비를 적극적을 밀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데 찰라비는 최근 일단의 추종자들과 함께 미군에 의해 남부 나시리야로 옮겨졌다. 백악관은 워싱턴 내부의 의견분열을 진정시키려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장국기자 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