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바그다드 점령 이후 혼란과 약탈 사태가 계속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바그다드 중심가에 있는 상점 주인들이 처음으로 약탈자들에게 총격을 가해 25명이 부상했다고 병원 소식통이 밝혔다. AFP 통신 기자는 상점 두 곳에서 총과 철봉 등으로 무장한 주인들이 자신들의 가게를 약탈하려는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바그다드내 알-킨디 병원의 관계자들은 약탈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25명의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실려왔다고 말했다. 알-라사피 시장에서는 7층짜리 의류상점밖에서 상인들이 권총으로 공포탄을 발사했고, 알-아라비 시장에서는 상점주인들이 접근하는 약탈자들을 향해 칼라슈니코프 소총을 발사했다. 또 일부 젊은이들이 철봉을 들고 약탈자들을 쫓는 장면도 목격됐다. 하젠 후세인이라는 상점주인은 "우리는 치안회복을 원하며, 미국인들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으면 우리의 무기를 사용해 스스로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바그다드에서는 수 천명의 이라크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내 바그다드 대학에 난입해 책상과 에어컨 등을 약탈했다. 공보부 건물에서는 수 십명이 건물내 소파와 테이블, 의자, 냉장고 등을 끌어냈고 무역부 건물에서는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약탈자중에는 10살밖에 안된 어린아이들도 포함돼있었고 부모와 자녀들을 포함한 온가족이 동원돼 건물에서 물건을 닥치는 대로 훔치기도 했다. 자브리야 아지즈(41)라는 바그다드 시민은 "미국인들에게 살육과 약탈을 중단시키라고 말해달라. 우리는 이슬람인들이 다른 이슬람인들을 약탈하는 상황속에서 더이상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미 제7해병연대는 이날 밤부터 자신들이 순찰을 맡고 있는 바그다드 동부지역에서 일몰후 새벽까지 통행금지를 실시할 계획이다. 연대 장교들은 지난 10일밤 약탈을 중단시키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의 클레어 쇼트 국제개발담당 장관은 이날 B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바그다드를 점령중인 미군이 치안회복과 병원의 안전을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격주간행물 `걸프국 뉴스레터'의 폴 멜리 편집장도 국제사회가 이라크 재건계획을 추진하려 한다면 질서회복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바그다드 AFP=연합뉴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