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목표는 미국의 이익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중동질서를 재편하려는 데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62∼86년)을 지내며 세계 석유시장을 주물렀던 아하메드 자키 야마니 세계에너지연구센터(CGES)소장은 3월말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2위의 석유매장량을 가진 이라크에 친미정권이 들어서면 사우디도 힘이 약해져 미국 의존도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미국의 전쟁명분은 '독재정권 타도'다. 하지만 대부분 석유 전문가들은 반미 성향인 후세인 정권의 붕괴 자체가 미국에 엄청난 '석유 이권'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미국 집권층 내 '매파'들의 뜻대로 이라크 전쟁이 초단기에 끝나면서 '주전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야심이 이라크 장악에 그치지 않고 석유메이저들의 이권이 걸려있는 중앙아시아 서아프리카 남미 등 뉴프런티어로 확대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새로운 불씨,뉴프런티어=카스피해는 2천억배럴의 원유와 6백조㎥의 천연가스가 묻혀있는 세계 3대 유전지대다. 하지만 중동이나 시베리아유전과는 달리 개발 초기단계에 있어 자원선점을 위한 각국의 이해가 부딪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과 이란이 유전지대를 더 많이 차지하려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고 그루지야 공화국도 체첸 무장세력과 분쟁 중이다.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지대하다. 엑슨모빌 등 미국계 석유메이저들은 카스피해 유전을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에 90년대 후반부터 진출,2백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때문에 미국은 유전개발 이후 서방으로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을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해 또 다른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송유관이 러시아 및 중국이나 반미 세력인 이란을 통과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그 대신 카스피해-아제르바이잔-그루지야-터키-지중해 루트 또는 카스피해-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양 노선을 선호하고 있어 관련국가와의 힘겨루기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전개발이 한창인 서아프리카 지역도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다. 엑슨모빌 BP 셰브론토털피나엘프 등은 지난 5년 간 이 지역에 1백5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아프리카 최대 유전지역인 나이지리아 니제르강 유전지대에서도 반정부 무장세력이 유전시설을 장악,정부측과 대치 중이다. ◆미 주전파의 득세=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56)이 이라크에 최후 통첩을 발표한 3월17일,월스트리트저널은 '전쟁을 일으킨 진짜 참모는 딕 체니'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번 전쟁을 강력히 밀어붙인 딕 체니 부통령(62)은 1991년 걸프전 직후 공직에서 물러나 유전개발 회사인 핼리버튼을 직접 경영했다. 미국 최고 권력층은 석유산업과 끈끈히 연결된 매파들이 주류다. 부시 대통령은 미 석유산업의 메카인 텍사스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주지사까지 지냈다. 주지사가 되기 전 석유회사 임원으로 일했다. 부시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돈 에번스 상무장관(56)도 석유회사 톰브라운의 대표를 지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 보좌관(48)은 부시 정권에 참여하기 전 10년 간 거대 석유회사인 셰브론의 사외이사로 일했다. 외교정책에서 강공책을 주도 중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조지 부시 전정권 때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부시집안과 인연이 깊다.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도 걸프전 당시 국방부 차관으로 전쟁을 수행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