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바그다드 주민들이 탱크를 앞세운 채 도심으로 진입하는 미군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환영하는 장면이 CNN 등 서방언론을 통해 생생히 전달되면서 이같은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바그다드 주민들은 신발을 벗어 던지는가 하면 점토로 빚은 작은 원반처럼 생긴 물건을 흔들어대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이와 관련,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은 11일 이라크 문화 전문가들의 견해를 토대로 바그다드 주민들이 보여준 행위에 담겨진 상징성을 분석, 눈길을 모았다. 주민들은 우선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동상을 끌어내린 뒤 신발로 이를 짓밟음으로써 후세인에 대한 분노를 표시했는데, 아랍세계에서는 신발은 불결과 불명예를 의미한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라크 문명에 관한 책을 쓴 팔레 자바르 교수는 "다른 사람의 집이나 사원에 들어갈 때는 먼저 신을 벗어야 한다. 신발은 하인이나 도둑, 매춘부를 때릴 때 사용되며 비굴함을 의미한다"면서 "아이들을 때려줄 때는 막대기나 손을 사용해야 지 신발을 사용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후세인 정권 체제에서 억압의 대상이 됐던 시아파 주민들은 `투르바스'라는 물건을 흔들면서 누구보다도 미군을 열렬히 환영했다. 이는 시아파의 창설자인 이맘 알리가 묻혀있는 나자프의 성토(聖土)로 만든 것으로, 시아파가 기도를 올릴 때 머리가 땅에 닿는 것을 막기위해 바닥에 놓아두는 물건이다. 자바르 교수는 후세인 정권이 투르바스의 사용을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이 물건은 곧 정치적 저항을 뜻하는 것으로 간주됐기 때문에 그간 이를 구경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후세인 치하에서는 금기시 됐던 시아파 관습의 하나인 가슴을 치는 장면도 바그다드 거리에서 재연됐다. 시아파의 가슴 치기는 제1,3대 이맘인 알리와 후세인의 죽음을 기리는 합동 의식에서 이맘에 대한 충성의 표시로 실연되는 것으로, 스스로 고통을 감내함으로써 기쁨과 카타르시스를 얻는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와 함께 이슬람을 상징하는 녹색 깃발과 걸프전 이래 사라졌던 이라크 구기(舊旗), 그리고 축제나 장례식때 광범위하게 사용됐던 야자잎도 다시 등장했다. 특히 야자잎을 흔드는 행위는 그 기원이 5천∼6천년전의 수메르 및 바빌론 문명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이라크 문화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한편 바그다드 주민중 상당수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는 것으로 미군을 환영하는 의사를 표시했는데, 중동에서는 원래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것은 `엿 먹어라'라는 의미의 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군 국방언어연구소는 걸프전 이후 일부 이라크인들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행위를 "좋다"는 의미와 더불어 "협력과 자유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