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가 예상보다 빨리 함락된 것은 이라크 군 지도부와 미국 정보기관간 비밀거래의 결과라는 추측이 확산되고 있다. 아랍 언론들은 10일 바그다드가 허무하게 무너지고 미군이 별 저항없이 수도에 입성한 것이나 이라크 북부 도시들에 대한 연합군 공세가 생각보다 부드러운 것은 미국과 이라크군 지도부 및 이슬람 수니파 인사들간 모종의 타협이 이뤄낸 결과라고 보도했다. 아랍권 최고 유력신문인 알-하야트는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 이라크군 고위간부들과 수니파 인사들이 수도 바그다드와 수니파 근거지인 모술, 키르쿠트, 티크리트 등 북부 3대 도시들에서 대규모 격전을 피하기로 미국측과 타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들 소식통은 수니파가 강력한 세력을 유지토록 함으로써 남부 지역의 다수파인 시아파와 북부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쿠르드족간 균형을 이룰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아랍어 일간지 알-아흐라르도 미 국방부 소식통들을 인용, 미군 지도부와 미 정보기관 고위 관리들이 이라크군 지도부로부터 격렬한 저항없이 바그다드를 넘겨받기로 비밀리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 소식통들은 비밀합의에 따라 이라크군 지도부가 자신들의 현지위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바그다드 사수 임무를 띤 군병력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또 군참모본부 핵심 간부를 포함한 이라크군 지도부와 이라크 공군사령부 간부가 지난 3일동안 미 정보기관 관리들과 만나 이같은 비밀 합의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합의에 따라 이라크군 공화국수비대와 특수공화국수비대 및 정규군 병력은 전후 이라크에서 기존의 역할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바그다드 시내에서 병영으로 철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이들 병력이 아직 온전하게 전력을 유지하고 있고 무기도그대로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아흐라는 비록 미 국방부가 후세인 대통령의 안전한 피신 보장 문제가 비밀거래에 포함됐을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그같은 비밀 거래의 존재를 러시아군 관계자가 폭로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보도는 현재로서 확인이 불가능한 내용이지만 아랍 거리에는 후세인 대통령 일행이 목숨을 보장받는 대가로 국가와 국민을 포기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