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전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있어 정치적 명운을 "대도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단기전으로 승리하지 못하고 베트남전과 같은 제2의 전쟁수렁에 빠질 경우, 부시 대통령은 정국주도권은 물론, 2004년 대선 재출마까지도 포기해야 할 위기에 직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그렇게 되면 정치, 군사, 외교, 경제적 타격으로 국론 분열과 세계 반전여론에 직면, 전시지도자로서의 지도력을 잃게 되고 이에 따른 미국의 국내외 위상 추락도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카드는 사태 악화시 그 불길이 어디로 번질지 아무도 예측키 어려운 전쟁이었다는 설명이다. 우선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중동분쟁이 더욱 악화될 것은 불 보듯 훤한 일이다.다음으로 북핵문제도 이라크전 틈새를 비집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라크전 참전국가와 반전국가들간 외교정치적 갈등과 불화, 친미아랍권과 반미아랍권간 분열, 석유시장 불안정과 세계 경기 침체 등으로 미국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질 가능성이 있었다. 사태는 결코 부시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명운에 국한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21세기 '로마제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무너지는 참담한 사태까지 초래됐을지도 모른다. 부시 대통령은 바그다드 함락을 개전 3주만에 얻어냄으로써 사실상 이라크전의 승기를 굳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로써 가상할 수 있는 그같은 최악의 수렁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이라크전에서 얻고 잃은 부시 대통령의 득실은 바로 그같은 최악의 상황을 뒤집으면 쉽게 읽을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 승리로 제일먼저 정국주도권과 국내외 미국의 위상 강화를 얻어냈다는 게 워싱턴 정계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를 발판으로 오는 2004년 대선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부시 대통령은 아프간 테러전 승리와 이라크전 공략으로 대내외에 전시 지도자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고 볼 수 있다. 대의회관계에서도 우위를 확보, 감세안과 에너지개발계획, 종합경기부양안 등 민생현안을 자신의 구상대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셈이다. 중동분쟁과 북핵위기 등 국제현안도 일단 미국의 구상대로 추진할 수 있는 여유를 찾게됐다. 반전에 앞장섰던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과도 이라크 복구 문제 등 전후 처리문제를 놓고 불편한 관계를 봉합할 수 있는 전기도 갖게됐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한 숨을 돌리고 호흡을 조절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셈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득실을 현단계에서 예단하기는 시기 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부시 대통령의 앞 길에는 넘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사담 후세인 소재와 색출 등 후세인 대통령 제거문제에서 부터 대량살상무기 색출 여부, 이라크 군정 실시와 임정 수립, 전후처리문제를 둘러싼 참전국과 반전국간 이견,후속 테러공격 가능성 등 숱한 문제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특히 후세인 대통령 제거 실패는 상황변화에 따라서 미국을 겨냥한 후속 테러공격 가능성 등 예측키 어려운 사태를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후일을 도모, 게릴라전을 펼칠 경우, 미국의 승리에 적지않은 상처를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라크전 득실은 향후 이라크 전황과 사태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현단계에서 단순 도식적으로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전쟁에는 돌출상황이 너무 잦고 예상외 변수가 숱하게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특파원 s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