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사담 후세인 세력을 대체할 과도정부가 들어설 경우 이라크 북부 쿠르족에 대한 처리문제가 골칫거리로 등장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쿠르드족들은 후세인 정권이 붕괴될 경우 과거 수십년 동안 주장해온 독립 열망이 달성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아직까지 독립 목소리를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관리들에게 "독립에 관심이 없다. 새로운 이라크에서 자치에 만족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라크 인접 국가들이 쿠르드족 독립을 강력반대하고 있는 현실을 의식한 데 따른 발언이다. 쿠르드족 400만 명이 밀집된 이라크 북부는 과거 후세인 정부로부터 지속적인탄압을 받아왔고, 88년에는 화학무기 공격 등으로 인해 15만 명이 목숨을 잃는 등피의 역사로 점철됐으나 91년 걸프전 이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쿠르드족 거주지역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선포, 후세인 정권이 그 지역을 재장악하지 못하도록 차단한 덕택에 사실상 자치를 누를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쿠르드족은 이번 이라크전에서 개전 초기부터 미군에 적극 협조했기 때문에 연합군의 승리로 종전될 경우 전쟁 공로의 대가로 독립을 요구할 것으로 주변국들은 우려하고 있다. 터키 관리들은 쿠르드족 전사들이 지난 8일 키르쿠크와 모술 유전에 접근하는장면이 TV방송을 통해 보도된 뒤 곧바로 이들의 의도에 대해 강한 우려를 미국 외교관들에게 피력했다. 터키는 또 쿠르드족이 이라크 북부 유전지대를 장악하게될 경우 독립국가 달성에 필요한 경제적 기반을 확보하는 만큼 키르쿠크 및 모술 진격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쿠르드족 지도자들은 독립 움직임은 터키를 비롯한 이라크 주변국들의 군사 행동과 미국의 강력한 저항을 촉발할 것이라며 독립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일축했다. 미국도 주변국을 긴장시킬 경우 향후 이라크 통치에 예상치 않은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보고 쿠르드족의 독립 가능성을 원천 봉쇄, 일단 터키 지도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성공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레젭 타입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이라크 영토 통합이 유지되는 한 터키군의 북부 이라크 진입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으로부터 `쿠르드의 분리독립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쿠르드족들이 주변국과 미국의 입장을 감안해 비록 독립을 외치지 않고있으나 후세인 정권 타도라는 목적이 일단 달성될 경우 독립 열망을 계속 억제할 지여부는 미지수여서 향후 이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워싱턴 AP=연합뉴스)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