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를 위해 수도 바그다드에 대한 전방위 공세를 펼쳐온 미.영 연합군은 개전21일째인 9일(현지시간) 바그다드 전역을 완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연합군은 개전 3주만에 후세인 정권 붕괴와 전쟁 승리를 선언할 수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제 후세인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북부 티크리트에 대한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전쟁을 진두 지휘해온 미국 수뇌부는 바그다드의 함락을 환영하면서도 후세인의 완전 제거와 이라크 국민 해방을 위해서는 아직 위험한 전투가 남아있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혼란에 빠진 이라크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이라크 반체제인 사들을 규합, 후세인 체제 붕괴 이후를 이끌어갈 과도정부 수립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미군, 바그다드 전역 장악..유엔대사 패배 인정 = 미군은 이날 바그다드의 광범위한 지역으로 진격해 들어가 시내 전역을 장악했다. 미 제1 해병원정군은 전날 바그다드 중심부에서 남동쪽 5㎞ 떨어진 알-라시드공항을 접수한 데 이어 이날 디얄라강을 넘어 도심으로 진격, 교도소를 장악하고 이라크군이 설치한 방벽을 제거했다. 미 제5군단 산하 병력들도 바그다드 북부로 포위망을 좁혀들어가 이 지역을 장악했다. 그러나 후세인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이라크 및 아랍 민병대 일부병력이 전세가 극히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 바그다드 동부의 알-줌후리야 교량에서 미군에 맞서 완강히 저항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아랍 위성 방송 알자지라는 미군 탱크가 이날 바그다드 전역을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와 민병대의 저항은 더 이상 없으며 이날 정오께(현지시간) 바그다드 시내의 모든 전투가 끝났다고 전했다. 이라크전을 지휘하는 미군 중부군 사령부도 바그다드에 대한 이라크 정권의 지배가 종식됐다고 선언했다. 카타르 소재 중부군 사령부의 빈센트 브룩스 준장은 "바그다드가 이라크 정권 지배에서 벗어난 지역 목록에 새로 추가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브룩스 준장은 후세인 충성파들이 후세인의 고향인 트크리트 등 이라크 북부 지역으로 집결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들은 대량파괴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르는등 아직 위험 요인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모하메드 알-두리 유엔 주재 이라크 대사는 이날 이라크 관리중에서는 처음으로"게임이 끝났다"면서 패전을 인정한 뒤 "이라크 국민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 해병대는 이날 이라크 군중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바그다드 중심가에 있는 후세인 대통령의 대형 동상을 끌어내려 후세인 체제의 종식을 알렸다. 그러나 바그다드 시내에서는 주민들이 이라크군 병사와 민병대, 그리고 바트당원들이 떠난 군사시설, 정부 청사등에 난입해 책상과 컴퓨터 등 집기를 들어내고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등 무차별적인 약탈이 자행됐다. ◇미 수뇌부, 환영속 신중 반응 = 그동안 전쟁을 지휘해온 미 수뇌부는 미군이 바그드다 시 전역을 거의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위험한 전투가 남아있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바그다드 함락에 대해 "이라크 국민이 사담 후세인을 끌어내렸다"고 언급했으나 사담 후세인 체제 완전 제거와 이라크 국민 해방을 위해 위험한 전투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현재 전황에 대해 고무되고 있지만 신중함과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면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아직도 위험한 전투가 남아 있다"며 전쟁 승리 선언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이어 "오늘은 이라크 국민에게 대단히 좋은 날"이라면서 사담 후세인을 히틀러, 스탈린, 레닌, 차우세스쿠 등 독재자에 비유, "후세인은 잔인한 독재자들이 자리잡은 실패의 신전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바그다드가 함락되자 포스트 후세인 시대를 이끌 이라크의 과도정부 수립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라크 과도정부 수립을 향한 첫 조치로 이라크 반체제 인사들과 지역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딕 체니 미 부통령은 이 회의가 오는 12일 이라크 알-나시리야에서 열린다고 말했으나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이후에 개최될 것이며 아직 시간과 장소가 결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미군, 티크리트 공략 주력..키르쿠크도 함락임박 = 연합군은 바그다드 함락후 후세인 정권이 마지막 저항의 거점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부 이라크의 후세인 고향 티크리트를 다음 목표로 삼고 공습을 강화했다. 미 중부군 사령부의 빈센트 브룩스 준장은 "우리는 이라크 지도부가 티크리트를은신처로 삼거나 지휘.통제센터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위해 현재 티크리트에 대한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중부군 사령부의 마크 키친스 중위는 미군 특수부대가 이미 티크리트에서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와 바트당 민병대, 정규군, 여타 민병대 등이 혼합된 이라크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 지역에 대한 공습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미군은 이번주들어 항모 콘스텔레이션호에서 발진한 전투기들이 티크리트내 공화국 수비대의 진영을 폭격했으며, 미군은 바그다드에서 티크리트로 향하는 북부 도로를 점령한 채 이라크군 지도부의 도주를 차단했다. 미군 관리들은 미군 지상군의 진입에 앞서 특수부대원들이 티크리트에서 모종의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미군 특수부대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족 전사들도 북부전선에서 모슬 북부의 작은 마을을 점령하고 200명 이상의 이라크군을 생포하는 등 전과를 올리며 전략요충지인 키르쿠크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쿠르드족은 이날 연합군 전투기들의 폭격 지원하에 모슬에서 북동쪽으로 16㎞떨어진 산악지대의 이라크군 레이더.통신센터도 점령했다. 쿠르드족 사령관인 하미드 라힘 로스탐 장군은 오는 10일이나 11일께 쿠르드족전사들이 전투없이 키르쿠트에 입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그다드.워싱턴.유엔본부.참차말 AP.AFP.d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