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가 미.영 연합군에 사실상 함락된 9일 아랍권 내 미국의 전통적 우방들인 이집트와 요르단,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라크 국민이 새 정부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바그다드 함락 후 아랍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공식 논평을 내고 이라크 국민이 선택하는 새 정부가 조속히 출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라크의 자손들이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이라크 국민의 안정을 보장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사우드 알-파이잘 외무장관은 바그다드 함락 소식이 전해진뒤 기자회견을 열어 사우디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알-파이잘 장관은 "우리가 상대하게 될 바그다드 정부는 이라크 국민이 선택하는 정부"라면서 미국과 영국의 `점령'이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 종식돼야 한다고지적했다. 그는 "사우디 왕국은 이라크 국민이 그들의 정부를 세울때까지 기다린뒤 새로운 정부를 상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유엔은 새로운 이라크 정부를 승인해야 하며 이라크 문제에 간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요르단의 마르완 무아쉬르 외무장관도 이라크 국민이 선출하는 새 정부를 파트너로 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라크 국민이 그들의 장래를 결정하고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며 "이는 누가 대신할 수 없는 일이며 이것이 요르단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무아쉬르 장관은 또 "요르단은 점령 세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요르단 정부는 이날 암만 주재 이라크 대사관과 대사관저 주변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바레인의 셰이크 빈 이사 알 할리파 국왕은 "이라크 국민의 자결권"을 촉구했다고 관영 BNA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이슬람 단체들은 바드다드 함락 소식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이라크와 걸프지역에서 연합군에 맞서 인티파다를 감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슬람 저항운동 단체 하마스 지도자 압둘 아지즈 알-란티시는 "바그다드와 이라크 국민에게 벌어진 상황에 슬픔을 감출 수 없다"며 그러나 "이라크의 군사력과 초강대국 미국의 군사력을 비교할때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차 이라크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바트당 정부에서) 이슬람 국가로 변모하길 기대한다"면서 "아메리칸 시오니즘에 대항해 이라크와 걸프지역 국민이 인티파다를 감행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스라엘 언론들은 연합군의 바그다드 점령과 일부 환호하는 바그다드 시민들의 표정을 바그다드발로 상세히 전했다. 아리엘 샤론 총리의 외교 담당 보좌관 잘만 쇼발은 "이제 이라크 국민이 미국과 영국의 도움으로 야만적 독재에서 벗어난 만큼 팔레스타인 이웃들도 올바른 결정을 내려 좀더 평화적인 지도부에 권한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