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이라크전 개전 3주만인 9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전역을 장악했다. 미군 지휘부는 바그다드 전투가 사실상 종료됐다는 인식하에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티크리트 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그다드 시내에는 이날 상당수 시민이 몰려나와 미군을 환영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약탈 행위가 자행되는 등 전쟁의 혼돈상이 그대로 연출됐다. ◇바그다드 함락= 미군은 이날 바그다드의 광범위한 지역으로 진격해 들어가 시내 전역을 장악했다. 아랍 위성 방송 알자지라는 미군 탱크가 바그다드 전역을 점령했다고 보도했다.이 방송은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와 민병대의 저항은 더 이상 없으며 이날 정오께(현지시간) 바그다드 시내의 모든 전투가 끝났다고 전했다. 이라크전을 지휘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바그다드에 대한 이라크 정권의 지배가 종식됐다고 선언했다. 카타르에 있는 중부 사령부의 빈센트 브룩스 준장은 "바그다드가 이라크 정권지배에서 벗어난 지역 목록에 새로 추가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브룩스 준장은 후세인 충성파들이 후세인의 고향인 트크리트 등 이라크북부 지역으로 집결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들은 대량파괴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르는등 아직 위험 요인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미 해병대는 이라크 군중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바그다드 중심가에 있는 후세인대통령의 대형 동상을 허물어뜨려 후세인 체제의 종식을 알렸다. 미 제1 해병원정군은 전날 바그다드 중심부에서 남동쪽 5㎞ 떨어진 알-라시드공항을 접수한 데 이어 이날 디얄라강을 넘어 도심으로 진격, 교도소를 장악하고 이라크군이 설치한 방벽을 제거했다. 또한 미 제5군단 산하 병력들도 바그다드 북부로 포위망을 좁혀들어가 이 지역을 장악했다. 그러나 후세인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이라크 및 아랍 민병대 수십명은 이날 오전전세가 극히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 바그다드 동부의 알-줌후리야 교량에서 미군에 맞서 완강히 저항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무정부 상태.. 환영과 약탈= 이라크 정부가 수도 바그다드에 대한 통제권을상실하면서 주민들이 대거 약탈을 자행하는 등 시내 전체가 무정부 상태에 빠져들고있다. 미군이 바그다드 시내 거의 전역에 진주한 이날 바그다드 주민들은 이라크군 병사와 민병대, 그리고 바트당원들이 떠난 군사시설, 정부 청사등에 난입해 책상과 컴퓨터 등 집기를 들어내는 등 무차별적인 약탈을 자행했다고 현지 목격자들이 전했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이날 도심을 향해 진격해 들어오는 미군을 향해 "굿, 굿, 부시"라고 외치며 박수를 치면서 환영했다고 취재진은 전했다. 바그다드 중심부에서 3㎞ 가량 떨어진 하바비야 구역에서는 수백명의 군중이 해병대원들을 태운 7대의 전투차량을 환영하면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거대한 초상화를 찢기도 했다. 바그다드 동쪽에서는 전날 피란길을 떠났던 주민들이 되돌아왔으며, 사담 시티에서는 주민들이 지난 밤 사이 미군이 진입하기에 앞서 사담 페다인 민병대원들을몰아냈다는 미확인 보도도 나오고 있다. 바그다드 북동부 사담시티에서는 주민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진격하는 미군에 환호를 보내면서 환영했지만 한편에서는 상점에 몰려가 문과 창문을 마구 부수고가구, 식량, 가전제품 등을 들고 나왔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사담시티는 그동안 이라크 집권세력인 수니파에 의해 탄압과 핍박을 받아온 시아파 주민들이 몰려 사는 빈민지역이다. 또 바그다드 중심부의 정부청사와 경찰서, 올림픽위원회 본부 등 관공서도 약탈대상이 됐다. 특히 수십명의 젊은이들이 떼지어 무역부 청사에 몰려가 에어컨, 냉장고, TV 등을 들어내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들중 일부는 정부청사에 걸린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초상화를 부숴버리기도 했다. ◇"다음 목표는 티크리트"= 미군 지휘부는 바그다드 전투가 마무리됨에 따라 후세인 대통령의 고향인 티크리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바그다드 북쪽에 위치한 티크리트에는 아직 이라크군이 상당한 전력을 유지하고있기 때문에 후세인 대통령이 이 곳을 최후의 항전 장소로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편 후세인 대통령의 생사 여부와 관련, 영국 언론들은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미군의 `조준공습'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것 같다고 정보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가디언은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그(후세인)가 7일 미군의 폭격때 건물안에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보도했다. 더 타임스도 "영국의 국외방첩부(MI6)가 미 중앙정보국(CIA)에 후세인이 미국의폭격 직전에 바그다드의 피폭된 건물에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영국의 한 정보소식통의 말을 빌려 "우리는 후세인이 그 곳에 도착한것과 같은 방법으로 빠져나갔다"면서 "그가 차로 빠져나갔는지 혹은 지하터널을 이용했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부시 전황 만족.. 종전에는 신중=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진행상황에 대해 만족하고 있으나 종전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정권 축출 및 무장 해제를 위한 전쟁이 진전이 있는데 대해 고무돼있지만 전쟁이 끝났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미 백악관 최고위 관계자가 9일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이날 "전쟁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과 함께 여전히군사적 임무가 있으며, 생명의 위협도 여전하지만 전황이 매우 좋다는 것은 틀림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후세인 정권의 고위층 가운데 얼마가 살아 남았는지,누가 연합군에 항복할 권한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하원에 출석해 전황을 설명하면서 "후세인 정권의 고위 지배층이 얼마나 잔존하고 있는지를 말하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후세인 정권에 관한 한 전쟁은 끝났다"면서 "우리는 누구로부터 최종 항복을 받아야하는지를 명확히해야 하지만 현단계에서는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못하고있다"고 말했다. ◇종군기자.민간인 희생 확산 = 미군이 아랍어 위성방송인 알자지라의 바그다드사무실을 미사일로 폭격해 기자 1명이 숨지고 카메라맨 1명이 부상했다. 바그다드 시내의 팔레스타인 호텔도 미군 탱크의 포격을 받아 영국 로이터 통신기자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으며, 스페인 TV의 카메라맨 1명이 목숨을 잃는 등전쟁을 취재중인 기자들의 희생이 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91년 걸프전 때는 43일의 전쟁기간에 숨진 언론인이 단 한 명도없었으나 이번 전쟁에서는 21일째로 접어든 7일 현재 모두 1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이라크전에서는 상당수 언론인들이 미군의 무분별한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점에서 전장의 언론 자유와 언론인 신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있다. 한편 바그다드 시내의 교전이 격화되면서 미군의 경우 7일까지 89명이 사망하고155명이 부상했다. 또 7명이 포로로 잡혀 있으며 8명은 실종된 상태다. 영국군 사망자는 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쿠웨이트시티.카이로=연합뉴스) 김대영.정광훈.옥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