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지난 7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두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그다드의 한 건물을 맹폭한 것은 다수의 민간인 희생이 있다고 해도 후세인을 직접 타격해 제거하겠다는 백악관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9일 전했다. 60피트 깊이의 구덩이를 남긴 초대형 폭탄 4개가 투하된 직후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후세인의 운명이 전쟁 승리의 요건이 될 수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그가 더 이상 나라를 통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정권이 교체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밀유도폭탄을 투하하기 위해 출격한 B1 폭격기 조종사는 공군통제센터로부터 목표물이 "큰 것(the big one)"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혀 후세인을 직접 겨냥한 폭격이었음을 확인했다. 백악관을 비롯한 전쟁 수뇌부가 이라크전 개전 당일 대통령궁을 폭격한 데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후세인 "목 베기" 작전을 단행한 것은 무엇보다 미국 국민의 여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분석했다. 8일 공개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후세인의 사망 또는 체포가 필요하다고 밝혀 후세인의 운명이 전쟁 승리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타르 도하의 미군 중부사령부 지휘관들은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두번째로 단행된 집중 폭격으로 후세인과 그의 두 아들이 사망했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서방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후세인이 폭탄이 떨어지기 직전에 건물을 떠난 것 같다"며 후세인 생존설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B1 폭격기는 바그다드 주거지역에 위치한 별 4개 짜리 알-사 식당 건물에 폭탄을 투하했으며 이 폭격으로 주변 건물 2채를 포함해 3채의 건물이 대파되고 최소한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