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대규모 압박공세로 치열한 도심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는 양측의 총격이 이어지면서 죽음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유령의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반면 약탈 등 극도의 혼란에 빠졌던 이라크 남부 제2의 도시 바스라는 8일부터 차량통행과 상거래 등이 재개되는 등 빠른 속도로 정상을 되찾고 있어 포연에 휩싸인 바그다드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바그다드 일부 이라크 대통령궁이 하루종일 치열하게 전개된 전투 끝에 미군의 수중으로넘어간 8일 오후(현지 시간) 수도 바그다드 거리는 무장 군인들 조차 눈에 띄지않아유령의 도시를 방불케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9일 보도했다. 바그다드 남쪽에서 간헐적인 폭발음이 들릴 뿐 도심 전체에 정적이 감돌고 있으며, 전력 공급이 끊긴 야간에는 칠흑같은 어둠이 뒤덮이면서 으슥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미군이 대통령궁에 이르는 통로를 확보한 데 이어 티그리스강을 가로지르는 알-줌후리야 다리에 두 대의 미군 탱크를 배치한 뒤부터는 공보부 및 외교부를 비롯한정부 청사들이 밀집된 대통령궁 주변 지역에 대한 접근이 차단됐다. 바그다드 동쪽 알-루사파 강둑을 따라 형성된 대로는 비록 파괴됐으나 다른 지역에 비해 교통소통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일부 차량들이 고속으로 질주하는 장면이종종 목격됐다.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지난 달 20일 이라크 공격을 감행한 이후 바그다드 전역에 집중 배치됐던 이라크 전사들은 알-루사파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췄고, 길모퉁이에 모래주머니를 쌓아 만든 엄폐호에서도 공화국수비대원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집권 바트당 중앙당사와 인근 경찰청 청사에는 한 명의 경비원도 눈에 띄지 않았고, 시민들은 미군 전투기들이 상공을 날다가 갑자기 굉음을 내며 저고도로 비행하는 광경을 지켜봤다. 한 시민은 "우리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모른다. 무장 전사들이도로에서 사라졌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우리는 어둠 속에 남겨져 있다"며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한편 미군 전투기의 오폭 공격을 받은 가정집에서 구조대원들이 불도저를 동원,잔해를 치우는 과정에서 손발과 머리가 떨어져나간 소년을 비롯한 민간인 시신 3구가 발견돼 주민들을 경악케 했다. 주민들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그의 두 아들이 지난 7일 회동한 곳으로알려진 한 레스토랑을 미군이 공격할 당시 주변 민가와 상가가 파괴돼 어린이 7명을포함해 민간인 14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바스라 영국군이 점령한 이라크 제 2의 도시 바스라는 주민들이 점차 안정을 되찾음에따라 무장 민병대에 대한 수색과 호텔 지붕의 연기만 없다면 평시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AFP통신과 AP통신이 전했다. 십자형 운하로 인해 `동쪽의 베니스'로 불린 바스라는 최근 2주 동안 영국군과사담 후세인 추종자들의 치열한 전투를 겪었음에도 상점에서 따끈하게 구운 빵과 신선한 과일 및 육류가 팔리고 자동차가 거리를 달리는 등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친사담 민병대들에 의해 남겨진 군수물자 더미 인근의 가정집 현관에서 남성들이 잡담을 하는 동안 여성들은 커피를 끊이고 향료를 넣어 만든 저녁식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수십 명의 어린이들은 도심을 지나는 영국군 탱크를 향해 영어로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등 외국군 진주를 기꺼이 수용했다. 그러나 성인들은 미국 주도의 연합군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심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영국군은 버려진 무기로 무장한 채 일반 민간인으로 위장한 친사담 무장 민병대원 수십 명을 색출하기 위해 자동차를 등록토록 했고, 파괴된 관공서 건물과 집권바트당 당원들의 가정집을 수색했다. 그러나 영국군은 약탈을 비롯한 불법행위를 차단하지는 않았다. 80-88년 대이란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순교광장 내 알-아랍 수로 주변에 위치한 바스라 세라톤 호텔 지붕은 아직까지 연기가 나고 있으며, 최근 수십 명의 주민들로부터 약탈 공격을 받았다. 이 호텔 지배인 리야드 알-아마르는 "최근 사흘 동안 호텔 주변에 탱크를 배치하고 순찰활동을 펴줄 것을 영국군에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91년 걸프전 상황으로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모든 호텔 침실을 돌며 침대와 소파, 책상 등을 약탈했으나 누구도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7일에는 이 호텔과 인접한 이라크 중앙은행 사무소가 약탈당했다. 영국군은 8일 일부 범죄단이 정부의 대규모 은닉 물자인 쌀과 밀가루, 설탕, 차를 훔치려는 현장을 목격, 이들 식료품을 압수해 주민들에게 나눠준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치안활동을 펴지 않았다. (바그다드.바스라 AFP.AP=연합뉴스)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