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종전 이후 석유 생산을 늘리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할 경우 OPEC의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런던 소재 국제에너지연구센터(CGES)의 리오 드롤라스 연구원은 5일 "이라크의 석유산업이 민영화된다면 OPEC는 잊어야 한다. OPEC는 사멸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가 지난 1990년 쿠웨이트를 침공한데 대한 제재조치로 OPEC에서 추방되기 전에 그랬듯이 이번 전쟁이 종료된 후에도 이란과 같은 양의 원유를 수출할수 있도록 용인해 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란은 현재 하루 359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드롤라스 연구원은 "이라크는 전후 복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원유를 최대한 생산하기를 바랄 것"이라면서 "이라크는 `우리는 최소한 이란과 동일한 수준을 원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OPEC로서는 이라크의 증산은 다른 회원국의 쿼터를 축소하는 결과를 의미하는 만큼 이를 거부할 것이라면서 이라크는 OPEC 잔류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네일 패트릭 연구원은 OPEC 창립 멤버중 하나인 이라크가 OPEC를 탈퇴할 가능성은 단기적으로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패트릭 연구원은 이라크 원유 생산시설의 노후화를 감안할 때 "이라크의 원유생산량은 향후 2년간 하루 300만배럴을 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원유 생산량 문제를 놓고 OPEC와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가 원유 생산능력을 강화할 경우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증산 경쟁을 원할 수도 있다"면서 "문제는 OPEC가 이라크에 어느정도의 쿼터를 부여할 것인지에 달려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이라크가 OPEC 탈퇴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라크가 미국의 트로이 목마가 될 수도 있다"면서 미 정부가 자국 및 서방경제의 활성화, 이란과 리비아의 경제붕괴를 통한 정권 전복 등 외교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유시장의 공급 과잉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라크가 원유 생산을 급속히 늘릴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8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영국 투자은행 드레스너-클라인보르트-바셔슈타인의 메디 바르지 연구원은 OPEC가 원유 쿼터를 재조정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이라크가 OPEC를 탈퇴할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OPEC 당국자는 "석유장관들이 OPEC가 새로운 쿼터시스템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OPEC 전문가들이 오는 6월 빈에서 만나 오는 9월 석유장관 회의에 건의할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시스템에는 시장의 현실이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빈 AFP=연합뉴스)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