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개전 16일째인 4일(현지시간) 바그다드 외곽에 위치한 사담 국제공항까지 진격,공항 대부분을 장악함으로써 실질적인 바그다드 공략에 돌입했다. 미 특수부대원들은 바그다드 북서쪽 90㎞ 지점의 타르타르 대통령궁을 급습, 중요 서류를 확보했으며, 바그다드 일대의 일부 군지휘소에도 침투해 작전을 벌이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바그다드와 바그다드 남동쪽의 전략 요충지인 쿠트시 사이에서 4일이라크 공화국 수비대원 2천500여명이 미 해병대에 투항했다고 미 중부 사령부가 주장했다. 이라크군 지도부는 그러나 공화국수비대의 건재를 주장하고 있으며 후세인 대통령은 또 다시 '대독 성명'을 통해 "연합군 격퇴" 등 항전 결의를 천명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을 비롯한 미군 지도부는 4일 바그다드 진격 또는 포위를 통한 고립작전 여부와 관련 주목되는 가운데 바그다드로의 진격보다 고립작전을 택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 미군 선봉, 사담 국제공항 장악 = 미 제3보병사단 선봉대 병력 1천여명은 이날 새벽 바그다드시 경계에서 불과 6㎞ 떨어진 사담 국제공항을 대부분 장악했다고한 정보장교가 밝혔다. 미 선봉대는 전날 저녁부터 공중과 지상의 강력한 화력 지원하에 사담 국제공항 공략에 나서 이날 새벽 7시30분 현재 공항시설을 80% 가량 장악했다고 3보병사단 1여단 소속 존 앨트만 소령이 전했다. 미군이 4일 오전 바그다드 외곽의 사담 국제공항을 대부분 장악했다고 주장하고있는 가운데 공항 부근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최대 300명의 이라크군이 사망했으며 미군들이 이날 오전 공항 일부의 주도권을 장악했다고 아랍어 위성방송인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미국 CNN 방송도 공항 인근의 한 도로위에 파괴된 이라크군 탱크들의 모습을 방영했다. 미국 키티 호크 항모에서 발진한 해군 전폭기들은 4일 오전 적어도 12시간 이상공항 내부 및 주변에 대한 공습을 계속했으며 유류고와 격납고가 주요 목표였다고 브룩 드월트 중위가 밝혔다. 공화국수비대와 특수부대로 구성된 이라크군은 그러나 공항 안팎에 포진한 채미군을 향해 기총소사와 포격을 가하며 치열한 교전을 펼치고 있다고 현장을 취재중인 AFP통신 기자는 밝혔다. 미국 MSNBC방송은 국방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 3보병사단과 101 공중강습사단이 바그다드 도심에서 16㎞ 떨어진 사담 국제공항을 곧 완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4일 "미군은 바그다드에 대한 전격 작전보다 이를 고립시킬 수 있다고 강조, 시 외곽 포위작전에 염두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 제3보병사단 선봉대 소속의 스코트 러터 대대장(중령)도 바그다드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은 제1의 선택이 아니라고 말해 포위작전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북부 이라크군 2천500명 집단투항= 바그다드와 바그다드 남동쪽의 전략 요충지인 쿠트시 사이에서 4일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원 2천500여명이 미 해병대에 투항했다고 미 중부 사령부가 4일 주장했다. 사령부 대변인인 프랭크 소프 해군 대령은 "2천500여명의 공화국 수비대원들이 제1 해병파견부대와 교전을 갖던 중 투항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소프 대령은 그러나 "중부 사령부는 현장에 있는 해병대로부터 보고를 받았을뿐이며 아직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항자중 전투 의사가 있는이들은 전쟁포로(POW)가 되고 싸울 의사가 없는 이들은 귀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바그다드 전기.전화.수도 끊겨= 바그다드 시내는 이날 새벽 대규모 공습이 재개된 가운데 도시 전체가 정전 상태에 빠졌으며 바그다드 남쪽의 엘 쿠트, 힐라그리고 케르벨라시에서도 공습이 계속됐다고 알-자리라는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바그다드 시내에 3일 밤 처음 정전사태가 발생하고 포성도 들려왔다면서 이는 바그다드 전투가 실제로 개시됐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방송은 이와 함께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과의 비공식 경계선 인근에서 이라크군과 쿠르드족 전사들간 교전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본격적인 바그다드 대결전이 임박함에 따라 전선의 일부 부대에는 이라크군의화학무기 공격에 대비, 무더위 속에서도 화생방복을 착용하라는 명령이 하달됐다. 미군은 유프라테스강을 건너 바그다드를 남서쪽에서 포위해가고 있으며, 남동쪽에서는 티그리스강변을 따라 미.영 연합군 해병대의 바그다드 진군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합군 특수부대 작전 돌입= 미.영 특수부대가 3일 밤 정전을 틈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잠입, 공화국수비대의 전력 평가 등 극비작전을 수행중이라고 영국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들 언론은 바그다드시 일원이 정전으로 암흑에 잠긴 것은 3일 오후 9시께였으며, 이 시각은 영국 육군의 특수부대인 SAS와 미국의 특수부대원들이 바그다드에 잠입한 시간과 일치한다고 전했다. 가디언지는 카타르의 군 소식통을 인용, "수십명의 미영 특수부대원들이 정전이된 틈을 이용, 바그다드로 재빨리 숨어들었다"고 전했으며,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라크전 개전이래 수도 바그다드가 정전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특수요원들이 현재 바그다드에서 활동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 특수부대는 이날 밤 바그다드 북서쪽에 위치한 타르타르 대통령궁을 급습, 중요 문서를 확보했다고 미 중부사령부 빈센트 브룩스 준장이 밝혔다. 브룩스 준장은 이 문서에는 연합군의 작전 능력을 평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면서 그러나 이번 작전에서 후세인 대통령이나 그 가족의 신병을 확보하는데는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 곳곳서 치열한 교전= 바그다드 남쪽에 위치한 쿠트에서는 소총으로 무장한이라크군 병사들이 연합군 탱크에 기습적인 자살공격을 가하는 등 곳곳에서 치열한전투가 펼쳐졌다. 이라크 민병대 1천여명이 결사항전중인 남부 바스라에서는 영국 보병들이 대대적인 공습 뒤에 탱크을 앞세운 채 바스라 시내로 진입, 진지를 구축했다. 북부 모술에서는 이라크군이 여러 지역에서 수백개의 벙커와 지휘센터들을 포기한채 퇴각했으며 주민들이 몰려나와 철제 세면대와 의자등을 가져가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이라크측은 연합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27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측은 3일 벌어진 전투에서 연합군 탱크 19대와 장갑차 2대를 파괴하고 F-18호넷 전폭기 1대와 아파치 헬기 2대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하고 연합군 병사 여러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주장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그러나 성명을 통해 피격된 F-18 호넷 전폭기가 작전 수행도중 연합군이 발사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격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바그다드 공습 재개.대통령궁 급습= 연합군은 4일 새벽 전폭기를 동원, 바그다드 도심과 외곽지역에 대한 산발적인 공습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바그다드 일대에는 수차례 큰 폭발음이 들려왔으며 도심의 한 대형건물에서는 불길이 치솟기도 했다. 연합군은 또 이날 아침 바그다드 남쪽 외곽지역에 대해 집중적인 공습을 가하기도 했다. ◇미-이라크, 결전.항전 다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3일 이라크의 "악(惡)이 끝나고 있다.완전하고 최종적인 승리만을 받아들일 것"이라면서 이라크의 잔인한정권이 "최후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미.영 연합군이 바그다드시에 근접, 앞으로 치열한전투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그다드 주위를 수비하던 공화국 수비대 산하 바그다드 사단과 메디나 사단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연합군도 바그다드에 근접해감에 따라 앞으로 며칠 동안이 어려운 날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이라크 국영 텔레비전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타하 야신 라마단 부통령과 술탄 하셈 아흐마드 국방장관및 집권 바트당 간부들과 회의를 갖는모습을 방영했다. ◇후세인 대독 성명 "연합군 격퇴" 다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4일 모하메드 사에드 알-사하프 공보장관이 국영 TV에서 대독한 성명을 통해 미.영 주도의연합군을 바그다드 입구에서 격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세인 대통령은 또 이라크 국민들에게 "침략군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면서 "수도가 저항하면 침략자들이 더이상 진격하지 못하고 퇴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신의 뜻에 따라, 이슬람의 영토(이라크) 곳곳에서 그랬던 것처럼수도의 성벽에서 그들을 격퇴하고 파괴할 것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후세인 대통령이 TV를 통한 대독 성명을 발표한 것은 최근 수일사이 4번째로,그는 지난달 24일 이후 TV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행방을 둘러싼 추측이 무성하다.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도 이날 후세인 대통령이 건재하다고 밝혔으나최근에 직접 그를 본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사브리 장관은 이날 영국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이라크 지도부가 건재하며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후세인 대통령을 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나에게 그같은 질문을 하는 것은 당신의 업무영역밖"이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미 국방부, 바그다드 내부봉기 유도 시사 미군의 바그다드 진입이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미국은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내부봉기를 통해 바그다드를 함락시키는 전술을 사용할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이와 관련, 바그다드 공격이 전통적인 포위공략 대신바그다드 내부 시아파 주민들의 민중봉기를 유도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또 바그다드를 고립시킨다면 (후세인)정권과는 아무 상관없는 시민들의 절반을 잃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후세인이 이라크 전체 영토중 45%에 대해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덧붙였다. ◇미, 후세인 투항 안 해도 승리 선언= 미국 정부는 후세인 대통령과 부하들의 투항 여부와 상관 없이 이라크전의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미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쟁 종결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한 고위 군사관리의 말을 인용, "목표가 반드시 건물이나 지역을 점령하는 것일 필요가 없다"며 "목표는 사람이며 이라크 국민들이 후세인 정권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해야 되며 그것이 가장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트지는 "이같은 '진행중인 승리'(rolling victory)의 개념은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미군이 주요 지역을 점령하고 이라크군 저항의 상당 부분을 제거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쿠웨이트시티.이라크 중부=연합뉴스) 김대영.임상수.옥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