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을 '공포와 긴장'속으로 몰아넣은 사스(SARS.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된 것은 권위주의 공산체제인 중국 당국이 초기에 무사안일하게 대처한 때문이라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이 3일 보도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인민의 요구에 부응하겠다'고 약속하며 출범한 후진타오(胡錦濤) 체제에게 다가온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익명의 현지 소식통들을 인용, 지난 1월27일 중국 광둥(廣東)성 위생과가 중앙정부 위생부로부터 "1급비밀"문서 수령했다고 전했다. 문서의 내용은 "폐렴같은 새로운 증후군"이 이 지역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 문서를 사흘간 개봉조차 하지 않았다. 극비문서를 개봉할 권한을 가진 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흘후 권한을 가진 자가 문서를 개봉했고 그는광둥성의 각급 병원에 그 내용을 시달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중국의 최대 명절인춘절(春節)기간이었다. 광둥성 위생과 소속 외사담당 책임자인 펑샤오민은 정부가 신속히 대처못한 것은 경제적 고려 때문이었다고 실토했다. 중국의 최대명절인 춘절연휴를 망치고 싶지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만일 사람들에게 이 병에 대해 말했다면 그들이 어떻게 반응했을지 상상해보라"면서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끼리 좋은 음식을 먹으러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쇼핑도 안했을 것이며, 혼란만 야기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일한 대처 속에 지금은 사스로 명명된 원인모를 괴질은 중국 전역으로, 홍콩으로, 그리고 해외로 급속도로 확산돼 나갔다. 중국당국은 세계 18개국에서 2천명이 넘는 감염자와 8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이 지경에 와서야 사스의 존재를 시인했다. 그리고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이 광둥지역을 방문해 사스의 원인과 예방방안을 조사하고있다. 소잃고 외양간고치는 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일을 통해 `권력의 독점과 정보통제를 추구하는 중국 권위주의 정부'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광둥성 내 익명의 의료진과 소식통을 인용, 광둥성 당국이 사스 발발 초기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일을 다뤘다고 전했다. 칭화(淸華)대에서 언론학을 전공하는 리시광 교수는 "이번 일은 중국체제가 견지해온 정책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비행기 공중납치라든가 지진, 전염병등과 관련된 뉴스들은 극비사항으로 여겨지며, 관리들은 `사회안정'을 유지하기를원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되면 혼란이 일어날까 우려하는 중국 당국의 속성이 빚어낸 참사라는 지적. 하지만 중국 당국의 `느림보 대처와 언론의 보도통제'는 너무나 큰 희생을 야기했다. 신문은 대표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올해 78세의 혁명원로인 첸지앤창은 춘절에만난 가족들에게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2월9일 그는병원에 갔다. 그런데 그 다음날 원인모를 질병에 감염됐고, 결국 2월22일 그는 사망했다. 그를 병간호하던 아내 리화도 역시 감염됐고 남편이 숨진 지 이틀만인 2월24일사망했다. 아들과 딸도 역시 감염됐으나 다행히 회복됐다. 하지만 딸 첸리리는 사스의 존재를 까맣게 모른 상태에서 홍콩의 퀸 엘리자베스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그녀는 지금도 자신이 병원에서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긴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당국이 철저히 통제하는 동안 자신이 무슨 병에 걸린지도 모른 환자들은 자신을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그리고 병원에 함께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 병을옮기는 병원체가 됐다. 이런 식으로 사스는 급속도로 확산돼 이제 전세계를 공포로몰어넣게 됐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이제 중국인들은 정부를 철저히 불신하며 자신들의 생명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자신들만의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석달이 넘는 기간동안 원인모를 전염병의 확산에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당국의 무관심 속에 일부 사람들은 식초나 약초를 사용한민간요법으로 병을 치료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중국 관리들은 자신들이 이번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해 후회하는 기색이 없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