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전쟁이 발발한 뒤 자국의 유정(油井)을 파괴할 것이라는 미국의 예상과는 달리 남부 유전지대에서 특별한 화염이나 폭발물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이 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라크전이 발발한 뒤 남부 주요 유전지대 루마일라에서는 유정 9곳에서만 불이 치솟았을 뿐이라며 이로 미뤄볼 때 이라크측이 실제로 국가재산인 유정파괴를 계획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트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라크전 개전 2주째가 되면서 이라크 남부 유전지대 장악을 주요한 전과(戰果)로 자부하면서 이라크 정권이 유정 파괴를 하지 않도록 개전초 과감한 유정 탈환을 벌였다고 자찬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한 텔레비전에 출연, "우리는 이라크 국민을 위해 남부 유전지대를 안전하게 장악했다"면서 수많은 유정에서 철사와 타이머들이 발견됐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영 연합군이 지난 달 20일 이라크로 진입했을 당시 원유와 가스 분리 공장시설 인근 지역에서 9곳의 유정이 불타고 있는 것을 발견했으나, 당초 우려했던 것처럼 기타 지역에서는 유정 화재는 없었다. 영국 해병대가 남부 유전지대를 장악하고 전문가팀이 도착했을 때 루마일라 유전지대 남부의 유정 6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으나, 다른 곳에서는 불길이 이미 진압돼있었다. 현재 이 지역에서는 유정 2곳에서 잔불이 거의 진화돼 가고 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전문가팀은 1∼2곳에서 폭발물이 발견됐으나, 석유 분류 및 시추공장에서는 의도적 파괴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로 미뤄볼 때 이라크측이 유전지대에 대한 대량파괴를 아예 계획하지 않았을지 모르며, 파괴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 쿠웨이트 석유社 화재진압 반장인 아이사 보야베스씨는 "이라크인들은 석유가 자신들의 국부이자 돈이며, 미래이기 때문에 파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