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보건을 책임지는 위생부의 장원캉(張文康) 부장이 바빠졌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주재 국무원 상무회의에 참석,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SARS)으로 알려진 비전형 폐렴(괴질의 중국식 명칭)에 대한 현황과 대책을 보고한 뒤 신화통신과 인터뷰하고 또 중국 중앙TV 대담프로에도 출연했다. 신문은 일제히 상무회의 내용과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내용은 한결 같았다. '광둥성 등 소수지역에 비전형 폐렴이 발생했을 뿐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다'는 것. 룽융투(龍永圖) 전 대외무역경제합작부 부부장은 최근 "홍콩 언론이 지나친 보도를 하고 있어 홍콩 경제가 타격을 받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지도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괴질 관련기사는 일부 중국 언론에서 1,2단 정도로 취급하다가 3일자부터 1면 머리기사로 커졌다. 관료주의도 사태확산에 일조했다는 지적이 많다. 괴질은 지난해 11월 광둥성에서 처음 보고됐다. 하지만 광둥성이 중앙부처에 정식보고한 것은 1월 말이라는 게 베이징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늑장보고를 한 것이다. 광둥성 정부는 효험이 입증되지 않은 반란건(板藍根)이라는 약이 동이 나며 심리적 공황사태로 이어지자 2월 말에 가서야 '괴질이 통제됐다'는 공식입장을 처음 밝혔다. 결국 그 사이 춘절(설날) 때 광둥성에 있던 민공(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들이 고향으로 귀성하면서 중국 전역이 괴질 위험에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중국 위생부는 지난달 중순 WHO가 괴질 경계령을 내리는 등 사태가 확산되자 뒤늦게 '7백92명이 비전형 폐렴에 걸렸고 이중 31명이 사망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괴질 공포에 따른 경제충격 우려가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데다,이달 14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중국 비즈니스 정상회의가 9월께로 연기되고,중국 방문객이 급감하자 지난 2일 환자수를 다시 발표하는 등 재차 대응에 나선 것.하지만 일주일 사이에 공개한 환자수와 사망자수가 각각 3백98명,15명 늘어나 추락한 중국 정부의 신뢰성을 회복하기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