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라크 전쟁의 분수령이 될 바그다드 대회전이 임박한 가운데 전후 이라크 통치 체제 구축과 관련한 미 정부내의 주도권 싸움이 가열되고 있다고 MSNBC 인터넷판이 2일 보도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축출 후 이라크 재건 및 통치의 주도권을 놓고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 이같은 미 행정부내의 물밑 각축은 전후 이라크 재건에서의 유엔의 역할을 놓고유럽과 미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것이어서 또다른 관심을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친이스라엘계 신보수주의자들과 딕 체니 부통령, 국방부 핵심 관리들이 주축이된 국방부 계열은 전후 이라크 재건 및 통치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호주군이 피를 흘려가며 차지한 과실을 유엔에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전후 외교적인 공조를 내세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유엔의 역할은 현재의 석유-식량 프로그램과 전후 인도적 구호사업으로만 제한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반면 아랍 동맹국들 및 다수의 의회 지도자들과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국무부는 미군이 이라크를 가급적 이른 시일내에 빠져나오지 않을 경우 이슬람 세계의증오를 유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무부 소속 외교관들은 또 전후 이스라엘군도 팔레스타인에게 양보하는 용단을내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MSNBC는 익명의 외교관을 인용, "미국이 아랍세계를 정복하려고 이라크를 공격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양측은 전후 이라크 통치 체제 구축 방안과 관련해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방부는 전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친구인 제이 가너 예비역 육군 중장의 군정하에 23개 부처를 둔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이에 아흐메드 찰라비가 이끄는반체제단체인 이라크 국민회의(INC) 인사들이 참여한다는 복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무부는 그러나 전후 들어설 이라크 새 정부는 보다 폭넓은 국제사회의 참여를선호하고 있으며 국방부가 내세우고 있는 찰라비 의장에 대해서도 신뢰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후 이라크 통치.재건에 미군과 미국 기업이 너무 깊숙이 관여하면 미국이 전쟁을 감행한 의도를 의심하는 세력에게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 국무부의 우려다. 미 상하원 세출위원회는 지난 1일 이라크 전비와 재건 비용 등의 예산을 승인했다. 그러나 의회는 이 예산의 집행을 국방부가 아닌 국무부가 통제하도록 함으로써일단은 국방부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이라크 재건을 놓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국무부와 국방부 중 어느 편의 손을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