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연합군의 압박작전은 바그다드 점령을 보다 가시화시키고 있으나 이라크 민간인 희생 위험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연합군이 승리하더라도 `더러운' 승리가 될 것이고 심각한 외교.정치적 부산물을 초래하는 등의 값비싼 대가를 필요로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고 BBC 인터넷판이 2일 보도했다. 폴 레이놀드 국제문제 담당기자는 "우리는 힐라에서 전가족을 잃고 `신이여, 미국에 대한 우리의 복수를 받아주소서'라고 외치던 한 남자의 울부짖음과 같은 통곡을 더 많이 듣게 될 것"라며 분석기사를 통해 아래와 같이 민간인 희생 문제를 점검했다. 연합군 사령관들이 바그다드 시가전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인 희생자 최소화의 필요성은 전술 운용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바그다드에서 압박만 당한 채 쉽게 연합군의 수중에 떨어지지는 않는 소위 바스라 타이프의 작전이 전개될지도 모르며, 이는 양측간의 충돌을 오래 끌도록 할 것이다. 진격 명령이 떨어지면 현장의 군인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무기를 사용하도록 압력을 받게 될 것이고 다음 단계로 정밀유도무기가 정밀성이 떨어지는 탱크와 야포의 진격로를 열어주게 될 것이다. 어쩔수 없이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미 바그다드에서는 두건의 오폭사고가 발생, 수십명의 사망자를 냈다. 연합군의 바그다드 점령과정에서 치열한 전투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다면 원인이야 어쨌든 이라크인을 해방시키려는 미.영 연합군의 목적은 퇴색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민간인 사망자가 몇명인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라크는 벌써 수백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걸프전 때 영국 기갑여단을 지휘했던 패트릭 코딩글리 장군은 BBC에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실수가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서방언론들과는 달리 아랍권 언론들은 사망자와 부상자의 모습으로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어 이미 아랍권에서는 민간인 희생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돼 있다. 서방언론들은 사망자와 중상자의 클로즈업 화면을 내보내는 것은 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서방언론과 아랍권 언론의 보도정책은 이번 전쟁에서 시험받고 있다. 아랍권 언론처럼 화면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면 인간의 존엄성 문제가 생기고 너무 적은 것을 담으면 검열처럼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BBC 방송의 아랍 미디어 모니터 요원인 마틴 모건씨는 "민간인의 죽음은 아랍언론들에 의해 야만스런 침략군이 저지른 결과로 설명된다"면서 "예외적으로 쿠웨이트 언론들만 `민간인의 희생은 유감스럽지만 후세인이 물러나면 피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보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일 바그다드 남부 힐라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수십명이 숨진 사건은 전쟁에서 민간인 희생의 단면을 보여주는 적절한 예가 될 수 있다. 로널드 허그닌 벤자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대변인은 프랑스 2TV에서 "우리 의사와 보건요원 한명씩이 이라크 동료들과 함께 처음으로 힐라 마을에 갈 수 있었다"고 밝히면서 "그들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부상자들이 실려오며 병원이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상자 대부분은 중상이었고 이들은 공포의 현장을 목격했다. 폭격으로 찢겨 날아간 시신이 수십구에 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사건의 사망자 가운데는 최소한 어린이 9명이 포함됐으며, 전체 사망자수가 33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사건발생 이틀 뒤에 현장을 취재한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은 한 주거지역에서 이미 폭발된 집속탄(Cluster bomb) 탄창을 발견, 화면으로 담아왔다. 힐라 민간인 희생 사건을 담은 21분짜리 비디오테이프가 바그다드에서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인디펜던트지 기자는 "어린애의 찢겨진 시신을 부둥켜안고 `비겁자들', `비겁자들'이라고 외치는 아버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가디언지에 인용된 에딘버러 출신의 한 수련의는 "모든 것은 미군이 민가에 폭탄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수백명이 부상했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참상을 고발하며 영국 의사들에게 항의할 것을 촉구했다. 중년 남자인 라제크 알 카젬 알 카파지는 "아내와 부모, 6명의 자식, 2명의 형제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라크 당국은 2일 지난 24시간 동안 힐라 민간인 거주지역에 대한 미군 헬기의공격으로 최소한 33명이 숨지는 등 바그다드와 이라크 다른 도시에서 연합군의 공격으로 최소한 55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장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