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을 취재중인 각국 기자들이 미국-영국 연합군에 의해 체포 또는 구타당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러시아 일간`이즈베스티야'가 2일 고발했다. 신문은 국제 언론 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에 빚댄 `기자 없는 국경'이란 풍자적 제목의 4면 기사에서 "국경 없는 기자회는 어제 연합군 병사들이 각국 취재진을 임의 체포, 구타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유럽 기자 4명은 지난 3월 25일 미군의 허락 없이 취재에나섰다가 차량 안에 36시간 동안 갖혀 있었으며, 한 포르투갈 기자는 집과의 통화를요구했다가 심하게 얻어맞았다. 같은달 28일에는 이라크에서 활동중인 아랍어 위성 방송 `알-자지라' 취재진이영국군 탱크의 포격을 받았으며, 하루 뒤에는 알-자지라 이라크 사무실이 반나절 동안 봉쇄됐다. 또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와 `런던 데일리 텔레그래프'지(紙)를 위해 일하던 미국 프리랜서 언론인 필 스마커도 민감한 정보를 언론에 공개한 혐의로 미군에의해 쿠웨이트 국경으로 쫓겨나는 등 연합군의 공식 취재 허가를 받은 언론인도 수난을 당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에 앞서 3월 22일에는 영국 ITV 방송 취재진이 연합군의 `오인 사격'을 받아테리 로이드 기자가 숨지고 대니얼 데모스티어 기자가 부상했으며, 프랑스 기자 등2명이 실종됐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이에 따라 연합군을 지휘하고 있는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군 사령관에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코소보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숱한 분쟁 지역에 대한 취재 경험이 있는 한 기자는 이와 관련, "아프간전의 경우 미군이 자신들의 주장을 보도에 반영하려고 노력했으나 기자들을 학대한 적은 없다"면서 "이번 이라크전에서의 연합군 행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아프간전 때는 세계 여러 나라가 힘을 합쳐 전쟁을 수행했으나 이번이라크전은 세계의 들끓는 반전 여론 속에 미국과 영국 독단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것이 바로 연합군이 각국 취재진을 전쟁의 참모습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