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은 바그다드에 떨어지고 있지만 그 파급효과는 러시아로부터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세계 도처에서 감지되지 않는 곳이 없다. 이라크가 러시아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미국과 러시아간에가시돋친 설전이 오갔고, 러시아 의회에서는 새로운 미-러 군축협정이 연기돼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미국과 물샐 틈 없는 공조를 펼치던 영국도 전후 이라크 재건 문제와 관련해서는 유엔이 주도하는 방식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어 미국과 틈이 벌어지고 있다. 아프리카 동북부 지부티에 주둔하던 미군 병사들이 이라크로 배치되면서 이 지역에서 전개되던 대테러전 역시 차질을 빚고 있다. 요동치는 뉴욕 증시는 미국 경제가 장기전을 감당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의회는 의회대로 부시 대통령이 예산에 전쟁비용을 포함시키지 않은 데 불만을품고 그의 감세계획에 딴죽을 걸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미국, 유럽, 남미 할 것 없이 전세계 각국의 도시에서는 시위대가 반전을 외치고 있다. 1차 걸프전 당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을 역임했던 리 해밀턴 의원(민주)은 "외교적으로는 파문이 중심부로부터 밖으로 퍼져 나갔다. 경제적 파문은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심각할 것이고 앞으로 여러해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또한 악화될 전망이다. 최근 미 여론전문조사기관퓨 리서치 센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에 대한 호의적 인식이 줄어든 지역에서는후세인 제거의 당위론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반전 여론이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전의 파급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미-러시아 관계에서다. 러시아 회사가 이라크에 군사기술을 판매한 데 대해 부시 대통령이 블라디미르푸틴 대통령에게 항의한 뒤 러시아는 미국이 B-52를 비롯한 항공기들을 이전 배치함으로써 1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1)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라크전이 세계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면서 유엔에서의정치적 협상이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독일과 함께 반전 입장에 선 러시아의 이같은 요구로 그동안 진전을 이룩해온 미-러 관계는 제자리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센터의 러시아 전문가 셀레스테 월랜더는 지적했다. 미국과 터키의 관계 역시 내리막길로 가고 있다. 150억달러 지원을 조건으로 미군의 터키내 기지사용을 허용하려던 터키 정부의 계획이 의회의 거부로 무산되면서미국은 6만2천명의 지상군 병력을 다른 지역에서 발진시켜야 하는 중대한 전략상의차질을 빚게 됐다. 오는 2005년까지 국가를 창설하겠다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의지를 흔들 수 있을것이란 부시 정부의 희망 역시 무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아랍인들과 이슬람 교도들간에 이미 팽배한 반미감정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밀튼 의원은 "미국이 매우 호의적인 상황에서 이라크에서 손을 뗀다 하더라도갈등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계속될 것이고 전쟁이 끝나면 전전보다도 해결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헤리티지 재단의 안보담당 선임 연구원 피터 브룩스는 "사람들의 희망은 이 전쟁이 돈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고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한 것이었으면하는 것이다. 어쨌든 분쟁이 끝난 뒤에는 많은 울타리들을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