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미국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미군들은 어떤 사회적ㆍ계층적 특징을 지닌 사람들일까. 30일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 전체 계층을 대표하지는 않더라도 노동자 계층(Working-Class)을 중심으로 하는 폭넓은 중간 계층을 대표하는 이들로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개전 이후 숨진 28명의 미군 장교와 병사들 중 부유한 가정 출신은 단1명에 불과하며 해군 사관학교 졸업자 1명을 빼면 명문 대학 출신의 전사자도 단 1명뿐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즉 미국 사회의 최상층과 최하층을 제외한 중간 계층 출신이 경제적 필요성 등에 따라 지원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미군 장교들의 정치 성향은 대체로 보수적인 경향이 우세하며 뉴욕, 워싱턴 등의 북동부 지역 출신보다는 남부 지역 출신이 더 많다고 타임스는 덧붙였다. 약 140만 병력으로 구성된 미군은 아이비리그 등 명문 사립대학 출신의 비중이 극히 적지만 전체 평균 미국인보다는 높은 교육 수준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인종별로는 백인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흑인들의 비율도 점차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흑인 여성과 히스패닉계의 비율은 급증하는 추세다. 분야별로 보면 통신, 정보, 의무 분야에서는 백인과 흑인의 비율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반해, 지원.행정 분야에서는 흑인이 백인보다 2배반 정도 많으며 전투 분야에서는 백인이 흑인보다 50%정도 더 많다. 히스패닉계도 백인처럼 전투 분야에 더 많이 지원하고 있지만 특수부대나 해병대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군 구성의 특징은 베트남 전쟁 당시와도 큰 변화를 겪었다. 당시는 징병제가 실시되던 때여서 지금보다는 덜 전문화된 병력이 대다수였다. 미 군사잡지 VFW의 편집인인 러처드 콜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미군의 평균연령이 19~20세로 미혼이 대다수였던데 반해 현재의 미군 평균 연령은 그보다 4~5세 더 많으며 기혼자 비율도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여군의 비율은 7천494명으로 그 중 간호병이 6천250명이었던데 비해 현재는 전체 장교와 하사관의 15%정도가 여성이다. 베트남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던 1973년, 리처드 닉슨 행정부는 반전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징병제를 폐지하고 지원병제를 도입했다. 이후 전문직 또는 지도층 인사들의 자녀들이 군입대를 기피한 반면, 사회적 특권을 지니지 못한 계층의 지원 입대는 두드러지게 늘었다. 이처럼 지원병제가 특정한 계층의 사회 구성원들만 군대로 몰리는 일종의 '전사카스트(Warrior Caste)' 현상을 불러옴에 따라 미국 사회 일각에서는 종전처럼 지도층 자제들도 군 생활을 겪어야 한다며 징병제의 부활을 주장하는 여론도 일고 있다. 노스웨스턴 대학의 찰스 모스코스 교수는 군대는 그 사회의 모든 계층을 포함해야한다는 원칙 아래 징병제 부활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모스코스 교수는 갓 입대한 미군 병사들에게 "홍보예산을 3배 늘리는 것과 첼시아 클린턴이 입대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좋으냐는 질문에 모두 후자를 택했다"며 지도층 자제의 입대가 미칠 긍정적 영향을 높이 평가했다. 징병제 입안을 주도하고 있는 찰스 랭글(민주.뉴욕주) 의원은 "경제적인 이유로군입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던 사람들에게 전선에 나가 싸우라고 말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